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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도밍고 '말러교향곡'에 도전

입력 | 2000-02-16 19:31:00


1941년생. 우리 나이로 육십이 된 스페인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의 지휘자겸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에서 테너 독창을 맡은 것.

도밍고는 최근 발매된 에사 페카 살로넨 지휘의 음반(소니 발매)에서 이 교향곡의 세 악장을 노래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라틴계 성악가들에게 말러는 ‘금단’의 영역에 속한다. 라틴계 특유의 밝고 화창한 음색이 말러의 심각하고 내성적인 세계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 ‘대지의 노래’ 테너 독창 역시 프리츠 분덜리히, 르네 콜로 등 독일계 테너들이 독점해 왔다.

“오페라 지휘자였던 말러는 이 작품에서 테너 솔로를 오페라의 주역처럼 부각시켰다. 극장과 연기(演技)의 분위기가 있어 자신감이 느껴진다.” 새 작품에 도전하는 도밍고의 변(辯)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65), 호세 카레라스(54)와 함께 이른바 ‘빅3’ 테너로 불리는 도밍고는 셋 중에서 가장 탐구적인 성악가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들어 음성에서 나이를 느끼기 시작한 파바로티와 카레라스는 ‘진지한’ 레퍼토리에 대한 도전을 그만두고 확성장치의 지원을 받아 편하게 노래하는 대규모 자선콘서트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최근 10여년간 이들이 새롭게 내놓은 오페라 전곡녹음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 그러나 도밍고는 젊은이 못잖은 도전정신으로 끊임없이 레퍼토리를 확장해왔다.

라틴계 테너들에게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여겨졌던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에서 테너 주역을 맡아 ‘윤기와 활력 넘치는 새로운 영웅’이라는 찬사를 얻었는가 하면, 지휘와 연출, 극장행정에 이르기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음반으로 듣는 그의 ‘대지의 노래’는 일단 100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말러가 계속해서 높은 음을 요구하는 바람에 기름지고 중후한 도밍고의 목소리는 1,3악장에서 약간 턱에 닿는듯 숨가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유머가 풍부하게 섞인 5악장 ‘봄에 취하는 자’의 자유분방함에서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자연스러운 음성연기를 보여준다.

홀수악장은 테너가, 짝수악장에는 바리톤 혹은 메조소프라노가 번갈아 출연한다. 짝수악장 솔로는 최근 각광받는 신예 바리톤 보 스코부스가 맡았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