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주(23). 마라톤 풀코스 첫번째 도전인 97년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서 ‘마의 30분벽’을 돌파하고 2시간26분12초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우승한 뒤부터 그는 ‘한국여자마라톤의 희망’으로 불렸다.
‘육상계의 신데렐라’, ‘여자 황영조’…. 이런 칭찬들이 과분했을까. 춘천국제마라톤 이후 권은주는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끊임없는 부상이 그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족저 건막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바닥에 계속되는 것으로 육상선수들에게 흔한 부상이었다.
98년 4월과 9월 두차례나 일본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다. 이어 지루한 재활훈련.
꾸준한 재활트레이닝으로 어느정도 정상 컨디션을 찾아갈 무렵 무리하게 도전한 99런던국제마라톤은 다시 화근이 됐다. 권은주는 22㎞지점에서 경기를 포기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재기무대에서 기권했다는 실망감으로 또 슬럼프.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그는 올림픽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동아서울국제마라톤을 목표로 삼고 겨울훈련에 몰두했다.
이달부터 경남 고성에서 전지훈련으로 착실히 운동량을 쌓고 있다.
지난주 왼쪽 발목을 삐끗, 다시 ‘부상악령’이 찾아오는 듯했지만 서울 을지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16일 고성으로 돌아갔다.
임상규코치는 “발목 힘줄이 조금 놀란 정도로 훈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다행”이라며 “당분간 고성에서 훈련을 하다 이달말부턴 충남 보령으로 장소를 옮겨 대회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 나서는 권은주의 목표는 올림픽 티켓 확보. 올림픽 참가 기준기록인 2시간33분00초 안에 골인해야 한다. 국내 여자 선수 가운데 자신의 최고기록이 2시간33분 이내에 드는 선수는 권은주밖에 없다. 권은주와 함께 코오롱을 이탈한 오정희(22)도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만 최고기록이 2시간35분대로 티켓 확보여부는 불투명.
권은주 역시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97년 춘천국제마라톤 이후 단 한차례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지 못한데다 잦은 부상이 불안 요인. 하지만 육상관계자들은 97년 그랬던 것처럼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쇼’가 이번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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