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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태극권 4년째 수련중인 주정한씨

입력 | 2000-02-16 20:03:00


나(주정한·39·유니텔 홍보과장)는 3년 전만 해도 ‘싸움닭’이었다. 다른 사람과 논쟁 벌이기를 좋아했고 일단 논쟁이 붙으면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또 다른 사람의 얘기가 나보다 설득력 있어도 ‘그건 20%밖에 맞지 않아. 나머지 80%는 내가 옳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96년10월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마음에서 힘을 빼라▼

그때 유니텔 ‘무예 동호회’에서 중국 진가(陳家)태극권의 고수 이금룡 선생을 국내로 초청했다. 무예시범 때 이선생이 나를 단상으로 끌어올려 “있는 힘껏 내 몸 아무데나 쳐보라”고 했다.

1m80의 나는 1m72의 이선생을 ‘깔보고’ 머뭇거렸다. 마침내 젖먹던 힘까지 다해 명치를 가격했지만 오히려 뒤로 튕겨나간 건 나였다. 이선생은 “당신은 나를 쓰러뜨리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다”며 “태극권은 내 힘을 믿는 게 아니라 남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선생은 태극검 시범을 보였는데 나는 칼 끝에 넘쳐나는 기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태극권에 마음을 사로잡힌 순간이었다.

▼스트레스를 내뱉는다▼

이 때부터 오후 7시만 되면 내 발길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태극권 도장으로 향했다. 1년간 나는 ‘힘을 빼라’는 화두에만 매달렸다. 이선생은 “운동을 하면서 남을 이겨야지 생각하면 운동은 허사”라며 “수련하는 동안이라도 회사생각을 버리고 잡념을 떨치라”고 강조했다.

기마자세로 두손을 단전에 모으고 원을 그리는 ‘무극장’을 하며 수련은 시작된다. 20분 정도 하체에 중심을 둔 채 눈을 지그시 뜨고 복식호흡을 하다 보면 마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나서 허리와 하체를 돌리며 몸을 푸는 ‘기본 전사’, 태권도 품세에 해당되는 ‘5행8괘권’ 등을 하고 나면 땀이 온 몸을 적신다.

수련하는 날들이 쌓인 뒤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스트레스 해소. 예전에는 일에 치이면 마음에서 ‘울컥’ 치미는 게 있었다. 그러나 이젠 스트레스가 찾아와도 모든 게 소화돼 ‘엉덩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태극권이 하체에 중심을 두며 정신수양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라 가능하다고 나름대로 정리한다.

▼디지털시대는 융화▼

나는 가끔 ‘디지털시대의 총아 PC통신 회사에 다니는데 하는 운동은 왜 아날로그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는 태극권을 배우면서 예전에 가졌던 ‘강한 것이 강하다’는 신념을 버렸다. 스트레스를 가볍게 소화시키니 부하동료의 생각이 맞다면 과감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융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 ‘베풂의 여유’도 갖게 됐다. 차가운 ‘비트의 시대’엔 넉넉한 마음이 최고선(最高善)인 아날로그 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극장 호흡법/두손 단전위치에 두고 복식호흡▼

태극권의 기원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중국 명나라때 진가(陳家)에서 소림사 수도승들이 수련하던 무술과 기공으로 알려진 도가 호흡 및 명상기법을 합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유력설. 19세기 진가가 베이징으로 옮긴 이후 일반에 퍼지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태극권 가운데 일반인이 가장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호흡법인 무극장을 소개한다.

우선 두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 발 끝을 약간 밖으로 향하게 해 선다. 무릎을 약간 구부린 다음 가랑이를 둥글게 한다. 엉덩이를 살짝 감아올리고 허리를 편하게 만든다.

어깨를 떨어뜨리고 두 손바닥이 단전을 향하게 한다. 턱은 안으로 끌어당겨 목과 척추가 일직선이 되게 한다. 눈은 콧등을 보며 혀를 감아 입천장에 댄다. 몸의 중심은 엄지 쪽이 아닌 발바닥 쪽으로 보낸다.

위와 같은 자세를 취한 뒤 복식호흡을 한다. 복식호흡은 먼저 아랫배에 약간 힘을 모아서 충분히 숨을 내쉰다. 다음 숨을 들이쉴 때 어깨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며 전신의 힘을 빼면 밖의 신선한 공기가 단전으로 내려오게 된다. 문의 진식 태극권 대한민국총회 02-592-5911

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