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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새영화]'삼나무에 내리는 눈'/이루지 못한 사랑

입력 | 2000-02-17 19:40:00


이루지 못한 사랑의 또다른 얼굴은 증오와 편견일까? ‘샤인’의 스콧 힉스 감독이 연출한 멜로 영화.

이 작품의 실제 주인공은 눈(眼)과 눈(雪). 영화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해 편견으로 일그러져가는 한 남성의 눈길을 감성적으로 담아냈다. 아름드리 삼나무 숲에 휘몰아치는 흰 눈과 회색, 옅은 푸른색의 영상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아카데미상 촬영상 후보작.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 몇 년후. 한적한 어촌 마을에서 한 어부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자 그날 밤 희생자와 함께 있었던 일본인 이민 2세 가츠오(릭 윤 분)가 용의자로 체포돼 재판이 시작된다. 이 마을에서 발행되는 작은 신문의 기자 이쉬마엘(이단 호크)은 가츠오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고서도, 가츠오의 부인 하츠에(유키 쿠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해 갈등에 빠진다. 이쉬마엘과 하츠에는 어려서부터 사귄 연인이었지만 인종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남남이 됐다.

영화는 두 남녀의 애증을 축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는 미스터리, 검사와 변호사 간의 법정 공방, 2차대전 후 강제수용되는 일본인의 미국 이민사 등이 동시에 펼쳐진다. 하지만 힉스 감독의 주된 관심사는 사랑의 좌절과 인종 차이로 생기는 편견에 대한 경고다. 그런 면에서 늙은 변호사 넬스(막스 폰 시도우)는 전쟁, 인종, 사랑 등 인간을 때때로 광기에 휩싸이게 하는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 양심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원작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이빗 구터슨의 동명소설. 법정 장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잦은 시점의 이동으로 드라마의 흐름이 끊기는 게 흠. 모델 출신인 재미동포 릭 윤은 이번 작품에서 조연을 맡아 영화계에 데뷔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