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만남, 그림과 시의 만남.
‘그림의 숲에서 동·서양을 읽다’(효형출판)를 낸 조용훈 청주교대교수(41)가 그런 만남으로 사람을 설레게 한다.
현대시를 전공했고 늘 미술에 푹 빠져사는 사람. 유럽 미술과 한국 미술의 간극을 짚어보려는 사람. 그 열망을 담은 것이 이 책이다. 부제가 ‘유럽미술관 기행’이지만 단순한 기행 수준을 넘어선다.
“사실 유럽 미술은 동경의 대상이죠. 저도 그 장엄함에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오히려 고통스러웠습니다. 잘 나갔던 유럽의 화려한 미술, 힘겨웠던 역사 속에서의 한국 미술, 한국 문화…. 서양 미술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서 고흐를 그려본다. 궁핍했던 고흐, 그의 예술을 위해 헌신했던 친구 로트레크. 그 우정이 빛나는 몽마르트에서 식민지시대 온갖 힘겨움을 딛고 예술의 불꽃을 피웠던 시인 이상과 화가 구본웅의 우정을 생각해 낸다.
또한 모딜리아니의 자화상을 보고 모딜리아니와 연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고대가요 ‘공무도하가’의 주인공을 떠올린다. 남편을 따라 강물에 몸을 던진 백수광부의 처.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사색이다.
이 책의 문체는 상쾌하고 때론 낭만적이며 탐미적이다.
“제일 좋아하는 화가는 모딜리아니입니다. 사춘기부터 모딜리아니의 귀족적인 용모, 여성편력, 음주 등 탐미적인 취향에 매료됐습니다. 그 때문은 아닐런지…. ”
지난해에도 ‘시와 그림의 황홀경’을 출간했던 조교수.
“만남은 중요합니다. 서양 미술과의 만남은 막연한 동경을 뛰어 넘어 실체를 알게 해 주지요. 그럴 때 비로소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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