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다시 읽기'/김승희 엮음/프레스 21▼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온 몸으로 껴안아 부정과 저항의 언어로 형상화했던 김수영. 현대시인중 가장 활발한 비평과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를 본격 조명한 연구서는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김수영 문학의 다양한 측면을 평론가 시인 철학자 등 12명이 집중 분석한 책이 나왔다. 김승희 (서강대 교수)가 엮은 ‘김수영 다시 읽기’.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김수영의 ‘모더니즘 극복’ 여부에 대한 저자들의 입장 차이. 최두석 (한신대 교수)은 ‘걸출한 모더니스트이면서 모더니즘의 한계를 넘어선 시인’으로 그를 정의한다. 김수영은 시인의 ‘양심과 독기’ 및 ‘대결의식’으로 무장해 현대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추구했고, 그 결과 모더니즘을 넘어 리얼리즘 시로 가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것.
반면 김기중 (순천향대 교수)은“김수영의 시에는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경향이 시종일관 공존해 있었다”고 분석하며 그가 모더니즘적 경향으로부터 리얼리즘적 경향으로 변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의 시 속에 있는 ‘삶의 윤리적 차원에 대한 관심’ 이 모더니즘적 측면과 리얼리즘적 측면을 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했다는 것.
한편 정남영 (경원대 교수)은 ‘폐쇄적 예술관과 역사관을 강요하는 모더니즘 이념이 김수영의 문학에서 극복되었다’고 진단한 백낙청의 입장에 찬성하면서 “그가 시창작과 자유의 성취를 현실주의적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고 진단, 민중주의적 시각에 따른 유보적 입장을 보인다. 시인 김정환은 “김수영이 모더니즘에서 그 극복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며, 단지 전통과 현대의 틈새를 변증법적으로 심화 확장했을 뿐”이라고 분석한다.
한편으로 ‘모더니즘 문제’를 넘어서는 다양한 관심이 12개의 장에 펼쳐진다. 엮은이는 ‘김수영의 시와 탈식민주의적 반언술’ 장에서 김수영이 보인 포스트모더니즘적 성격과 탈식민주의의 연관에 주목한다. 철학자 김상환(서울대 교수)은 ‘김수영과 책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의 시에 나타난 ‘책’의 성격을 밝혀냈다.고, 김혜순(서울예대 교수)는 ‘자유의 표현’이라는 점으로 볼 때 장자와 김수영의 텍스트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