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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 2000]부시, 텃밭서 '역습' 발판 마련

입력 | 2000-02-20 20:02:00


‘제국의 역습(The Empire Strikes Back).’ 미국 CNN방송의 한 정치해설가는 19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낙승을 거둔 것을 영화 ‘스타 워스’ 시리즈의 속편 제목에 비유했다.

전국적인 지명도와 사상 최고의 선거자금 등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공화당 대선 후보지명전의 막강한 선두 주자로 부상하다 1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일격을 당한 부시주지사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의미였다. 부시주지사는 이번에 낙승을 거둠으로써 뉴햄프셔 예비 선거 이후 상승세를 이어온 매케인 선풍을 한풀 꺾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부시측은 이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방화벽(firewall)을 쳤다”고 표현했다.

물론 부시주지사가 자신의 지지기반이 강한 ‘텃밭’에서 승리한 것을 놓고 매케인의 인기가 일시적인 거품이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정치개혁을 주장해온 매케인은 이번 패배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정직하고 용기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도 취재기자들과 다양한 이슈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하기를 즐기는 그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다.

당장 22일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애리조나와 미시간주에선 여론 조사 결과 매케인의원이 부시주지사를 앞서고 있어 며칠 뒤 또 다른 반전이 있어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두 사람 중 누가 공화당의 후보 지명을 받게 될지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 15개 주에서 예비선거나 코커스가 실시되는 다음달 7일(슈퍼 화요일) 이후에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지명을 위해선 전체 선거인단 2066명 중 과반수인 1034명을 확보해야 한다. 슈퍼 화요일에는 선거인단 602명의 향배가 결정된다. 그러나 슈퍼 화요일에 선거를 치르는 주의 대부분에서 부시가 매케인보다 많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돼 결국에는 부시가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게 되리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의 후보지명전은 계속 미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으나 앨 고어 부통령과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후보지명전에 나선 민주당은 슈퍼 화요일까지 별다른 예비선거가 없어 여론의 주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