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여야 3당의 1차 공천자 발표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상당수 공천 탈락 인사들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공천을 받은 일부인사 중에는 공천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공천에서 탈락한 한나라당의 이기택(李基澤) 김윤환(金潤煥)고문 등 일부 중진 사이에는 신당창당 얘기가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 여타 정당들과의 ‘제휴’ 움직임도 보인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새로운 당을 만들든 그것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정치적 자유에 속하는 문제다. 그러나 지금 이 판에 특정지역인사들이 다시 모여 이른바 TK당이니 PK당이니 하며 신당을 만들려 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당은 정치적 이념이나 목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야 민주정당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면 민주노동당의 경우처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미리 창당작업을 했어야 했다. 공천결과가 발표되자 탈락한 인사들이 그 반발로 삼삼오오 모여 신당창당 운운하는 것은 아무래도 떳떳한 모습이 아니다. 설사 그렇게 당이 급조된다고 해도 그것은 파당에 불과할 뿐이다.
더욱 한심한 일은 어떤 지구당이 마치 자신의 개인 소유인 것처럼 그 ‘연고권’을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지역구를 세습이라도 하듯 자기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방식은 바로 정치개혁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특정지역을 배경에 업고 몇몇 국회의원을 ‘거느리려는’ 보스 정치가 바로 ‘지역당’을 등장시키는 바탕이 되어 왔다.
그러잖아도 이번 4·13총선이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등 고질적인 지역할거주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번 1차공천만 봐도 민주당의 경우엔 영남에서, 그리고 한나라당은 호남 몇몇 지역에서 공천자를 못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역감정을 부채질하고 거기에 편승해 표를 모으려는 작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 마당에 또다른 ‘지역당’이 등장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번 선거는 다행히 총선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감시가 어느 때보다 매섭고 엄격하다. 공천탈락에 대한 반발로 ‘지역당’을 급조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정치적 행동을 한다면 결코 유권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