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설 시장을 노려라.’
중국이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키로 합의함에 따라 조만간 수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건설시장이 본격 개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업체는 지난해 중국에서 제대로 된 공사수주를 한 건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개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세계 최대 건설시장 된다〓세계건설경기 예측전문기관인 DRI(기업신용평가업체 S&P의 자회사) 등이 최근 세계 58개국의 건설경기를 예측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99년 건설투자액은 모두 3408억달러로 미국(7255억달러) 일본(6771억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건설투자액이 매년 연평균 10%씩 성장하면서 2003년에 4990억달러로 세계 3위 자리를 지키고 2010년에는 1조1967억달러로 세계 최대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업체 수주 지극히 부진하다〓국내업체가 중국에서 수주한 공사는 91년말 현대중공업이 3200만달러 규모의 중국 남해 서부 웨이주 해상 플랜트사업 이래 올 1월말 현재 34개 업체, 42억7000만달러.
이들 공사는 74% 이상이 국내업체가 자금을 대고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인 투자개발형 공사이거나 현지 합작법인의 공장 건설공사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가 시작된 이후 대부분 중단됐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됐고 현재 시공 중인 공사는 10건, 4억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IMF 이후 98년에 4건, 6493만달러의 신규 공사를 수주했고 지난해에는 이미 수주한 공사의 증액공사 2억1324만달러를 제외하곤 신규 공사 수주는 한 건도 없었다.
국내업체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중국 시장 특유의 배타성이 주원인.
해외건설협회 이승훈(李昇勳) 중국시장 조사역은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중국 건설시장 범위를 외국인이 전액 투자했거나 기부한 사업, 국제금융기관의 차관공사, 중국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합작 프로젝트 등으로 제한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업체들이 높은 시공기술을 갖춘 데다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공사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략적 제휴로 뚫어라〓전문가들은 국내업체가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현지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거나 선진국 기업이나 투자자들과 공동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민형(金旻炯) 부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은 인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현지업체들을 활용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이종국(李鍾國) 연구위원은 “△원자력은 미국업체 및 현지업체 △도로사업은 국제적인 투자자 및 현지업체 △철도 항만은 현지업체 △주택은 일본업체 및 국제적인 금융기관와 각각 공동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