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에서 남성의 군경력을 호봉에 반영해 우대하던 관행을 없애려 하자 남성들이 군대에 안 가는 여성들과 똑같이 대우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극력 반대한 일이 있었다. 이에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은 출산과 육아 때문에 고생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여성들이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할 것”이라며 다소 과격한 ‘협박’을 했다.
요즘 일본에서 바로 이런 ‘협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졌는데도 출산과 육아는 아직도 여성 개인이 책임지게 돼 있다며 출산을 피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자녀 부양을 부담스럽게 여겨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작년 일본 인구통계를 보면 0∼14세가 전체 인구의 14.8%로 30년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65세이상 노인은 16.7%나 된다. 노인인구 비중은 계속 높아져 2015년에는 25.2%가 될 전망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문부상 자문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는 부랴부랴 어린이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21일 공개된 ‘소자화(小子化)와 교육에 관한 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양육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주기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자녀양육과 장래설계,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사회 등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주요내용.
일부 고교에서 시범실시중인 보육체험학습을 전체 고교로 확대하고 유아를 둔 부모를 초청해 자녀를 기르는 즐거움 등을 듣는 수업도 마련할 계획이다. 사회 차원에서는 탁아소 등 육아시설 기능을 강화하고 아버지들이 자녀양육을 적극 도와 여성의 육아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기업 등에 협조를 구하는 등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출산율 저하는 한국에서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영이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