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53년작)에서 사랑을 위해서라면 특종도 기꺼이 포기하는 멋쟁이 기자로 열연한 미국의 미남 배우 그레고리 펙(84)이 20일 무대에서 은퇴했다.
지난 5년간 미 오리건주 엘시노어 극장에서 1인극을 공연해온 펙은 20일 무대를 마지막으로 52년 연기생활에 작별 인사를 고했다고 미 인터넷신문 난도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펙은 20일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무대 위로 오른 뒤 “오늘은 나의 첫번째 고별 무대”라며 청중들을 웃겼다. 1인극의 제목은 ‘그레고리 펙과의 대화’. 펙은 2시간에 걸쳐 그동안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의 주옥같은 장면을 소개하면서 당시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공연했던 오드리 헵번(1929∼1993)을, 가장 좋아하는 배역으로는 하퍼 리가 쓴 소설을 영화화한 ‘앵무새 죽이기’(62년작)의 주인공 역을 꼽았다. 펙은 ‘앵무새 죽이기’에서 강간 혐의를 받는 무고한 흑인을 변호하는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핀치처럼 훌륭한 인물이 되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영화 ‘모비 딕’(56년작)을 촬영할 때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위험한 장면을 찍느라 숱하게 고생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펙은 ‘킬리만자로의 눈’(52년작), ‘빅 컨트리’(58년작) ‘나바론의 요새’(61년) ‘맥아더’(77년작) 등 7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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