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재무구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는데 주가는 왜 이렇게 힘을 못쓸까.’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장사들은 이같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회사가치를 몰라주는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무상증자 액면분할 등 주식보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재료가 풍성한 코스닥시장을 투자처로 굳히는 분위기다.
증권거래소가 22일 내놓은 ‘12월 결산법인의 잉여금 현황’을 보면 상장사들이 얼마나 주주들을 경시하는 경영을 해왔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상장사 무상증자 재원 ‘127조’〓12월 결산법인 중 무상증자가 가능한 법인 397개사의 무상증자 재원은 총 127조3420억원. 무상증자 재원은 상장사들이 상장 이후 축적한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이익잉여금)에 이익잉여금을 더한 금액이다.
397개사 중 1000% 이상 무상증자가 가능한 상장사는 46개사, 100% 이상은 무려 340개에 달한다. 무상증자 가능비율 1000%는 주주들에게 보유주식 1주당 10주까지 무상증자가 가능하다는 의미.
태광산업의 경우 자본금의 140배(14,092%)나 되는 잉여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이날까지 무상증자 관련 공시는 없다는 게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거래소측은 “천문학적인 내부유보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올들어 무상증자를 공시한 상장사는 한 군데도 없다”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상증자를 통해 ‘이탈하는 주주’들을 묶어놓을 수 있는데도 상장사들은 회사가치 타령만 한다”고 꼬집었다.
▽형편없는 주가상승률〓작년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무상증자가 가능한 397개사의 주가상승률은 18.4%. 같은 기간중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43%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397개사의 평균 회전율(642%)도 상장사 평균 회전율(909%)에 비해 훨씬 낮다. 회전율은 주주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거래가 활발하고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측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들은 실제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적어 주가 상승 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무상증자를 통해 유통주식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우대 경영〓상장사들이 주주들의 무상증자 요구를 묵살해온 반면 코스닥 기업들은 활발한 무상증자를 통해 과실을 분배하는 인상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무상증자를 공시한 코스닥기업만 40여개사에 이를 정도.
한 증권전문가는 “사상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쥐꼬리만한 배당으로만 투자자들을 달래려는 상장사의 처사는 횡포에 가깝다”며 “주주 입장에선 회사 재무구조 개선보다도 주식보유에 따른 가시적인 이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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