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발전을 위해 애쓴 노고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일 따름입니다.’
22일 오후 서울 구로공단에 위치한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코리아의 가산동 공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미국 본사측의 공장 폐쇄 결정에 따라 10월말을 끝으로 사라질 생산시설치고는 너무도 평온한 풍경.
가산동 공장에 근무하는 138명의 직원들은 지난 8일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식을 접했다. 가산동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지리정보시스템(GPS)부문을 애질런트로부터 인수한 미국 씨메트릭콤사가 GPS 생산라인을 푸에르토리코로 이전키로 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공장 문을 닫게 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가산동 공장은 GPS외에도 계측기 전원공급기와 통신용 주파수 카운터 등을 생산하는 시설. 핵심부문인 GPS가 빠진 상태에서 공장 가동은 불가능해 나머지 생산시설을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직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꼭 옮겨야만 합니까. 열심히 일해 공장을 성장시키면 폐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까.”(직원들)
“공장 폐쇄 결정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사장)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곧 진정됐다. 회사측이 직원들을 위한 금전적 보상 및 재취업지원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 애질런트 코리아는 높은 누진율이 적용되는 퇴직금외 9개월치 급여를 추가 지급하는 한편 전문 컨설팅회사에 재취업지원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해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또한 9개월 먼저 폐쇄사실을 알려 다른 직장을 알아볼 시간적 여유를 마련해준 점도 신뢰감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따라 10년간 근무한 직원의 경우 33개월치, 15년 근무자는 46개월분 급여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받게 될 전망. 또한 공장이 이미 폐쇄된 뒤인 11월에 나오는 특별상여금도 회사이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는 차원에서 이들 모두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윤승기(尹勝基)사장은 “직원들이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같은 ‘특별 배려’에는 가산동 공장폐쇄건을 원만하게 처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한국에 온 켄 로지 애질런트 중국본부장의 역할이 상당부분 작용했다. 12년간 아시아지역에서 활동해 아시아문화를 이해하는 로지 본부장은 본사를 설득해 통상적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 공장폐쇄시 지급되는 금액보다 3개월치가 더 많은 9개월의 추가지급 보상금을 얻어냈다.
로지 본부장은 “한국에 타지역보다 높은 보상금을 적용하는 이유는 실직자에 대한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고 옮겨갈 다른 애질런트 시설이 한국내에 부족한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면서 “직원들이 회사방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애질런트 테크놀로지는 휴렛팩커드(HP)의 계측기부문이 분리돼 만들어진 정보기술(IT)업체로 전세계 계측기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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