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후보지명전의 열기가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21일 경쟁자 및 상대당에 대한 비방을 강화하며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공화당 선두주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22일에는 애리조나와 미시간주에서 공화당 예비선거가 실시됐다.
공화당의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예비선거 직전까지 미시간주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19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부시에게 패배한 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매케인은 21일 “부시측이 부정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그가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매케인측은 “부시주지사가 선거운동을 위해 엄청난 돈을 쓰고 있는 것은 세금감면을 통해 연방예산을 축소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는 그동안 71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으나 지난달에만 1300만 달러를 쓰는 등 50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에 비해 매케인은 1800만 달러의 모금액 중 800만달러 정도가 남아있어 두 예비후보의 선거자금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부시도 반격에 나서 “매케인은 워싱턴의 로비스트와 돈 그리고 의회가 ‘철의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 트라이앵글을 저녁식사를 알리는 종처럼 두드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매케인은 선거인단 30명이 걸린 애리조나에서는 부시에게 안정적으로 앞서고 있으나 58명이 걸린 미시간에서는 부시의 상승세로 인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의 고어 부통령과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은 21일 밤 CNN 방송 등의 주관으로 뉴욕 할렘가의 아폴로 극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종차별 해소 방안 및 소수인종에게 혜택을 주는 법인 ‘어퍼머티브 액션’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브래들리는 “고어 부통령은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고어는 어퍼머티브 액션의 쿼터를 문제삼았지 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면서 “브래들리는 공화당과의 싸움을 앞두고 민주당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어는 또 부시가 최근 다른 인종사이의 데이트를 금지한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밥존스대학에서 연설한 것을 지적하며 양심을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부시는 “고어가 남을 욕하는 데는 능란하지만 미국인들은 이미 그같은 일에 질렸다”고 받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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