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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기념조형물 공모 당선 '천년의 문' 표절 시비

입력 | 2000-02-22 19:03:00


새천년준비위원회가 기획하고 재단법인 천년의 문이 주관한 새천년 기념 조형물을 설계공모 당선작인 ‘천년의 문’이 표절시비를 빚고 있다.

성균관대 조경학과 김유일교수는 최근 “‘천년의 문’이 1996년 서울시의 ‘여의도광장 공원화 설계공모’에서 내가 발표해 우수상을 받은 작품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 작품과 닮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새천년준비위원회는 2100년까지 한민족의 웅비를 표현하는 새천년 기념조형물 ‘평화와 행복의 열두대문’을 짓기로 하고 최근 첫번째 대문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우대성 이은석씨의 공동설계 작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당선작 ‘천년의 문’은 지름 200m의 원형 문으로 내부에는 엘리베이터를, 정상에는 300평 규모의 전망대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김교수는 “당시 여의도광장에 대형 원형 기념조형물을 세운다는 전제 아래 설계안을 발표했었다”면서 “나의 설계 내용은 1997년 4월 ‘환경과 조경’ 전문지에도 소개됐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당시 자신이 설계한 대문은 직경 100m의 원형으로 ‘서울의 문’으로 명명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원을 기본 형태로 채택한 점, 원을 지탱하는 지상부문의 형태 등이 매우 흡사하다”며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천년의 문’ 당선작 설계팀 구성원 중의 일부가 이같은 아이디어를 보고 힌트를 얻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확률적으로 본다면 모방의 혐의가 50%이상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년의 문’ 설계자인 우대성씨는 “원은 많은 도형 중에서도 기본적인 형태로서 누구든 쉽게 응용할 수 있으므로 비슷한 작품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우씨는 “원형을 지닌 조형물로는 서울대공원의 롤러코스터 레일 등도 예로 들 수 있다”며 “롤러코스터 레일과 내 작품이 다르듯이 ‘천년의 문’은 김교수 작품과 다르다”고 말했다. 우씨는 “‘환경과 조경’에 실린 김교수의 작품과 내용을 보지 못했으며 김교수의 작품이 발표됐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천년의 문’ 당선작에 대해 일부에서는 영화 ‘스타 게이트’에 나오는 원형문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 독자가 이를 지적하는 e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또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게이트웨이 아치’와 기본 컨셉이 같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씨는 “영화 ‘스타게이트’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될 수 없으며 미국 ‘게이트웨이 아치’는 반원형이므로 형태 자체가 틀리다”고 말했다.

한편 김교수는 “내 입으로 ‘천년의 문’이 내 작품을 모방했다고 주장하기는 쑥스럽지만 주변에서 지적을 하는 사람이 많아 이를 밝히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