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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 2000]공화 미시간-애리조나 예선

입력 | 2000-02-23 19:11:00


22일 실시된 미국 미시간주와 애리조나주의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꺾고 승리하자 워싱턴 정가에는 “이제 공화당의 선두주자는 없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지명전이 반전(反轉)을 거듭하며 매케인이 부시와 충분히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매케인의 승인〓매케인은 민주당과 무당파(無黨派)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 덕분에 승리했다. 미 CNN방송의 조사 결과 미시간주에서 투표한 유권자의 33%는 민주당 지지자, 18%는 무당파였다. 이들 대부분이 매케인에게 표를 던졌다. 미시간주에선 공화당원을 비롯한 모든 유권자가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시 진영은 “민주당원들이 공화당 경선에서 농간을 부려 만만한 상대를 고른 뒤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려 하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또 미시간주 주민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가톨릭계와 흑인 등도 매케인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는 매케인의 출신지여서 예상대로 매케인이 압승을 거두었다.

▽공화당 후보 지명전 전망〓캘리포니아 뉴욕 등 15개 주에서 예비선거나 코커스가 치러지는 다음달 7일 ‘슈퍼 화요일’ 이후에나 누가 공화당 후보가 될지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인단의 수가 많은 이들 주는 대부분 부시에게 우호적이어서 막판에 가면 부시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그러나 매케인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CNN방송과 유에스에이 투데이지, 갤럽이 20, 21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매케인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유력시되는 앨 고어부통령과 맞붙을 경우 59% 대 35%로 낙승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시는 고어에게 50% 대 45%로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매케인은 22일 승리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11월 대선에서 고어 부통령을 드럼처럼 두드리겠다”며 “우리가 고어에겐 가장 큰 악몽이 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민주당의 반사 이익〓부시와 매케인의 이전투구식 접전을 최고로 즐기는 사람은 아무래도 고어 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어는 현재 당내 경쟁자인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을 큰 차로 앞서고 있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공화당이 당내 후보지명전에서 힘을 쓰면 쓸수록 본선에 임하는 고어의 어깨는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1996년 대선 때도 공화당의 밥 돌이 당내 지명전에서 너무 많은 힘을 쓰는 바람에 일찌감치 재선 준비를 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