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아파트는 현재의 주거환경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정보화의 산물인 사이버아파트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주거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휴식 공간의 의미만 갖고 있던 주택이 첨단 정보혁명의 기지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
사이버 아파트가 보편화되면 인터넷으로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대출 현금인출 등 은행업무도 처리할 수 있으며 원격진료 법률상담 서비스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영원한 남’이었던 아파트 입주민들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교류가 늘면서 유대가 강화돼 휴먼 네트워크 사이버 공동체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거문화 창조〓삼성물산 주택부문이 발표한 ‘사이버빌리지’를 통해 사이버아파트의 기본 개념을 살펴보자.
삼성측은 4월부터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월 3만원 안팎의 사용료는 삼성측이 부담한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주부들도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웹패드(인터넷 전용단말기)’를 이용하면 집안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아파트 자체 홈페이지는 기본이다.
4∼5개의 콘텐츠 제공 사이트와 연계돼 있어 무료로 법률서비스, 원격진료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은행을 찾지 않아도 주택은행의 송금 대출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으며 단지내 상가나 인근 백화점에서는 ‘사이버머니’를 사용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에는 아파트에 대한 불만과 개선의견 등을 제시하는 게시판이 설치되고 주민들간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사교의 장이 될 수 있는 채팅방도 별도로 마련된다. 사이버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그동안 아파트 분위기를 억누르던 세대간의 두터운 벽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의 초고층아파트 아크로빌에서는 홈페이지속에서 주민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어 사이버아파트의 위력이 이미 검증되기도 했다.
삼성물산 외에도 대림산업 LG건설 대우건설 금호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등이 이와 비슷한 개념의 사이버아파트 사업을 이끌어갈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쌍용건설은 사이버 아파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으로 ‘관리비 없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의 망사업자, 콘텐츠 제공 벤처기업 등과 제휴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 증권사 서점 교육기관 등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구청 동사무소 등과도 연결돼 있어 관공서를 방문하지 않고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사이버 아파트는 분양가도 비싸다?〓인터넷 전용회선 설치를 위한 통신설비가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이내. 기존 구리선의 경우 연면적 평당 3000원 정도가 들지만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공한 구리선(UTP)을 설치할 경우 평당 7000∼1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물론 광통신망은 건설업체의 부담이 아니라 망사업자의 부담이기 때문에 분양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경우 최고급 소재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사이버아파트의 분양가 인상요인은 평당 1만원 미만에 불과하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주거여건이 좋기 때문에 상품가치가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비용을 고려해 볼 때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인상은 오히려 첨단기술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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