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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배구없인 못살아" 치과의사 정승씨

입력 | 2000-02-23 19:35:00


경기 의왕시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중인 치과의사 정승씨(30). 휴일인 지난달 30일 정씨는 모처럼 아침부터 운동복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평촌 집에서 자가용을 몰고 용인대 체육관까지 가는 동안 내내 마음이 들떴다.

그것은 참 오랜만의 ‘배구 나들이’였기 때문.

▼ 대학에서 PC통신 동호회까지 ▼

정승씨는 PC통신 하이텔의 배구동호회 회원이다. 줄여서 ‘배동’은 말 그대로 배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배동에서는 주로 배구경기 관전과 배구스타를 좋아하는 팬이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서로의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지만 ‘몸으로’ 즐기는 회원들도 만만치 않은 숫자. 정승씨 역시 배구를 하고 싶어서 4년전 이 동호회에 가입했다.

정승씨가 배구의 ‘맛’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한 직후. 체육 시간에 배운 배구 강의에 흥미를 느꼈다.

서울대 치대 배구 동아리에 들어가 ‘배구계’에 입문(?)했다. 알면 알수록 배구가 재미있었다. 체계적으로 배구를 배운 사람이 있을 리 없는 대학 동아리. 책을 사서 읽으며 배구를 연구했다. 훈련 방법과 포메이션 등. 대학 동아리끼리 벌이는 전국 대회에도 몇 번 출전했다.

그러나 한창 재미를 느낄 때쯤엔 이미 대학 졸업반이 돼 있었다. 95년 대학을 졸업한 뒤 부터는 같이 배구를 할 ‘선수’들이 없었다. 이 때 알게된 것이 PC통신 동호회. 한달에 두 번 정도는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 휘청거리는 스파이크 서브 ▼

자주 모여 배구를 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아마추어의 수준은 어쩔 수 없는 일.

더구나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지도를 받지 않았으니 회원들의 실력이 빼어난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낫다”고 평가하면 얼굴을 붉힐 정도.

그래도 ‘본 것’은 있다. 서브를 넣어도 꼭 스파이크 서브. 점프 스텝이 맞지 않아 허공에 팔을 휘두를 때도 있지만 조금 창피할 뿐 개의치 않는다. 시도가 중요하니까….

하지만 때로 몸을 날려 공을 받아내는 회원들을 보면 정승씨 스스로도 배구 동호회의 높은 수준이 뿌듯하기만 하다.

동호회는 9인제 배구 대회에도 출전했다. 4년간 단 1승이 고작. 하이텔 동호회가 순수 아마추어인데 비해 다른 생활체육 동호회는 선수 출신도 끼어있으니 상대가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훈련은 계속된다. 두 팀으로 나눠 연습 경기를 가지면서 거창하게 이름은 ‘하이텔 리그’라고 붙였다.

팀 이름도 무섭다. ‘블레이즈’와 ‘TNT’. 하이텔 배구 동호회에선 어쩔 수 없이 영원한 라이벌이다. 다른 팀이 없으니까. 정승씨는 TNT 소속이다.

▼ 왜 배구가 좋으냐고? ▼

시원한 스파이크를 때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주장. 정승씨는 대학 동아리에서 처음엔 레프트 공격수를 맡았었다. 1m75의 신장으로는 ‘시원한 스파이크’를 때리는데 약간 지장이 있지만 재미있었다.

다음에 맡은 것은 세터. 세터는 책임이 막중한 포지션이어서 즐기면서 배구를 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러다가 진짜 재미를 느낀 것은 경기가 아니라 훈련에서였다. 동료와 호흡을 맞춰 세트 플레이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즐거웠다.

한번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1일 배구교실’에서 지도를 받은 적이 있었다. 던져주고 때려주는 공을 받으며 비로소 배구가 뭔지 알았지만 그 날은 완전 ‘초죽음’이 됐다.

요즘은 배구의 ‘또 다른 묘미’도 느끼고 있다. 상대의 공이 이쪽 코트로 날아올 때까지 느끼는 ‘긴장감’.

그 긴장감이 좋다. 배구는 잠시도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면 안 되는 운동이다.

긴장을 하면 스트레스가 더 쌓이지 않느냐고? 정승씨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긴장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운동이 바로 배구이기 때문이란다.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