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24일 민주당과의 공조파기를 선언했지만 자민련 몫으로 국무총리직에 오른 박태준(朴泰俊)총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총리직을 수행했다. 그는 이날 오후 울진 원자력발전소 4호기 준공식에 참여했다. 아침 회의에서 당소속 공직자의 ‘결단’을 촉구한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의 회견에 대해 박총리는 ‘소이부답(笑而不答)’이었다고 박정호(朴正浩)공보수석이 전했다.
자민련의 공조파기 선언에 대한 박총리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측근들은 박총리가 정당 간의 이해갈등보다는 나라가 먼저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총리로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취임사에서 약속한 이상 일개 정파가 아닌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현재 박총리는 자민련의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이냐, 총리직이냐의 최종 기로에 선다면 당원직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민련이나 박총리 모두 모양새를 구기는 이같은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조영장(趙榮藏)비서실장은 “당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당원노릇까지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을 향해 ‘그냥 이대로 총리를 내버려 달라’는 뜻이 내포된 얘기였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