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팝가수 토니 브랙스턴(31)이 4년 만에 새 음반을 낸다. 브랙스턴은 휘트니 휴스턴, 재닛 잭슨에 이어 흑인 여가수의 월드 스타 계보를 잇는 가수. 특히 리듬앤블루스 솔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가창력과, 깊고 힘있는 저음의 호소력으로 세계 팬들을 매료시켜 왔다.
1993년 데뷔 이래 나온 단 두 장의 음반이 전세계에 걸쳐 2000만장이 팔렸으며, 이 중 96년에 나온 2집 ‘Secrets(비밀)’은 1300만장(한국 40만장)이 판매됐다.
새 음반의 특징은 ‘브랙스턴’의 트레이드 마크를 한층 더 앞세웠다는 것. 93년 그를 발탁한 프로듀서 베이비 페이스(흑인 음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의 그늘을 벗어나 자기만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브랙스턴의 싱글 ‘He Wasn’t Man Enough(그는 남자답지 않아요)’는 3월초에, 앨범 ‘The Heat(열정)’는 4월말에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발매된다.
▼창법 리듬서 나만의 색깔 담아▼
음반 발표를 앞둔 브랙스턴을 26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사흘간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하는데도 그는 “음악과 떨어진 삶은 한 순간도 상상할 수 없다. 심지어 내게는 침묵도 음악”이라며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는 매우 상기된 표정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과물을 손에 들게 돼 기쁘다”면서 그 성패가 두렵진 않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의 특징은?
“힙합 등 최근의 경향과 내 고유의 음색을 조화시키는데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다. 싱글에는 래퍼인 닥터 드레가 참여했다. 2집과 크게 다른 점은 음악적 성숙이다. 창법과 리듬타기 등에서 나만의 음악적 세계를 선보이려 했다.”
―수록곡 중 ‘Spanish Guitar(스페인 기타)’는 현재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라틴음악 열풍에 편승하려는 것 아닌가?
“유행을 타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데뷔 때부터 라틴 음악을 사용해왔다. 2집의 히트곡 ‘Un-break My Heart(나에게 상처를 주지 마세요)’도 그렇다. 한국에 가면 ‘코리언 기타’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200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가수로서 납득하기 어렵게도 98년 말 파산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불평등 계약으로 한때 큰 손해▼
“신인 때 소속사와 대등한 입장이 아니어서 불평등한 계약을 해 큰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해결돼 기쁘다. 연예계에서의 남녀 차별에 대해서도 앞으로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자답지 않다’는 싱글 음반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여러 유형의 남자를 보았다. 남자답다는 것은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유약한 남자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과 지내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는다.”
-서른 살을 넘겼는데 인생에서 중요한 것 세 가지만 들라면?
“나는 영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신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은 가수로서의 경력과 가족이다. 결혼해 남편과 아기가 있다면 가족은 두 번째로 두고 싶다.”
▼올 여름 한국방문 계획▼
―쉰을 넘긴 로커 산타나가 23일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상을 석권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젊은 가수가 주류를 이루는 대중음악계에서 그 나이에 그래미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 쉰 살이 되어도 토니 브랙스턴이 노래하고 상을 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는 “인기가 있으면 돈을 벌 수 있고 좋은 일도 많지만,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때도 많다”면서 그러나 팬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인기인은 항상 올바르고 긍정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올 여름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면서 한국도 방문할 계획이다. 한국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대비해 이미 샌들과 티셔츠를 준비해두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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