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신당의 출범과 자민련의 2여공조 파기 선언으로 총선구도가 ‘1여(與) 3야(野)’의 틀로 굳어지면서 총선정국이 혼란의 극치로 치닫고 있다.
특히 각 당의 낙천중진의원 및 비주류 인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신당의 대두로 여-야는 물론 적-동지의 경계마저 모호해지면서 무엇 때문에 표를 찍어야 하는지의 ‘정체성’ 문제가 대두되는 실정. 심지어 수도권과 영남 충청지역 등에서는 권역에 따라 이른바 ‘주적(主敵)’의 개념마저 달라지는 해괴한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세기의 국가진로에 대한 비전제시와 정책대결은 실종위기에 처한 채 정파 간 갈등 대립관계만 작위적으로 증폭돼 ‘4·13’총선이 맹목적인 감정대립과 지역세 확보를 위한 세몰이로 전개될 조짐이다. 정치학자들은 “정파간 정책과 이념적 스펙트럼의 경계가 모호할수록 유권자들은 혈연 지연 등 원초적 감정에 의존한 투표성향을 보이게 된다”며 “이대로 가면 이번 총선이 국민 정치의식의 무질서한 파편화 현상과 혼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정치권 내에서도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으로 시작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이 자칫 투표거부 등 극단적인 아노미현상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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