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문의 국내 첫 적대적 인수합병(M&A) 사례로 기록될 제주은행 경영권 다툼에 정부가 개입해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제주은행 2대 주주(15%)인 김태진 청구화공 대표의 ‘10% 주식지분 추가매수’ 신청을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9.28% 취득을 승인했다.
현행법상 지방은행의 동일인 지분한도는 15%이며 외국인은 이를 초과할 수 있고 국내 투자가는 금감위의 승인을 얻을 경우 외국인 동일인지분만큼 보유할 수 있다.
금감위는 “2대주주가 (공동)대주주가 될 경우 경영혁신이 예상되며 상호견제로 경영감시 기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제주은행의 최근 주가가 액면가 5000원보다 훨씬 낮은 1700∼1800원을 형성해온 점을 감안할 때 정부 결정은 2대 주주의 ‘출혈’을 강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주은행이 상반기 중 액면가 기준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고 24.28%의 지분을 보유해 제1대주주인 김성인씨(일본 천마물산 대표)측이 그동안 ‘주식시장을 통한 매입불가’ 주장을 펼친 점에 비춰볼 때 금감위가 ‘유상증자 참여’라는 조건을 내건 것은 현 대주주의 손을 들어준 셈.
김태진씨는 금감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가 은행의 자본확충 책임을 인수희망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유상증자 불참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제주은행의 자구활동은 더욱 더디어질 공산이 커졌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이 은행의 유상증자에 액면가로 참여, 50억원을 투자했다가 주가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김씨측은 “대주주의 소홀한 주가관리와 현 집행임원들의 경영실패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이번에 지분매입에 나서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이번 결정은 2대주주의 장중 매입이 당장 제주은행 자본확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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