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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선이후 걱정 태산…"재벌개혁이냐, 정국불안이냐"

입력 | 2000-02-27 20:19:00


“4월 총선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이겨도 고민입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측의 이 말은 총선결과에 대한 재계의 속마음을 알게 해 준다.

여당이 이기면 재벌개혁이 가속화되고 야당이 이기면 경제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

전경련은 여당 승리가 재벌해체에 가까운 개혁조치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2단계 기업개혁안을 통해 총선 후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의 핵심목표는 황제식 경영의 종식이다. 이같은 개혁방향은 재벌총수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으로선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는 셈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너에 대한 공격이 총선을 앞두고 소강상태에 있지만 총선 이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여당이 승리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개혁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의 일방적 승리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야당 압승은 정국불안정에 따른 경제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하는 재계로서도 이같은 경제환경은 유리할 게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영자총협회가 공세적 정치활동을 선언한 것과 달리 전경련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까지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 등의 후원회행사에 똑같은 금액을 기부해 왔다”며 “제4당인 민주국민당에 대한 지원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원할 경우 후원금에 별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현재 정치참여를 위한 내부조직을 신설하지 않은데다 신설할 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경총에 전경련이란 이름만 빌려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경련의 이같은 몸조심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전경련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많다. 재계가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