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 조명철(趙明哲·41)씨와 유학생 송모씨(31)의 중국 납치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27일 두 사건에 연루된 한국인 환치기상 장낙일씨(32)가 98년10월 재미사업가 홍영태(洪榮泰·48)씨와 지난해 7월 한국인 사업가 김영욱(金榮旭·41)씨 납치사건에 또다시 연루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중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납치사건이 전문 범죄조직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며 장씨도 이들 납치조직에 어떤 방식으로든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장씨의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또 유사한 납치사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27일 중국 인터폴에 현재 다롄(大連)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씨를 조속히 검거, 인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문범죄조직 개입 가능성▼
▽홍영태씨 납치경위〓재미사업가 홍씨가 98년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3명의 조선족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사실이 동아일보 취재진에 의해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방탄용 현금수송차량의 수출상담차 중국을 방문했던 홍씨는 계약을 체결키로 한 조선족 한모씨 등에게 납치돼 베이징 외곽의 한 민가에 감금됐으며 범인들은 홍씨를 협박, 미국의 가족들에게 몸값으로 미화 3만달러를 송금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범인들은 최근 조씨 납치사건에 연루된 환전상 장씨의 계좌로 송금을 받았다.
그러나 장씨는 당시 홍씨 가족의 연락을 받은 한 중국인의 설득에 따라 납치사건을 중국공안과 주중 한국대사관에 신고, 장씨의 사무실로 돈을 찾으러 온 일당중 2명을 검거할 수 있게 했다.
당시 홍씨는 달아난 납치범과 함께 택시를 타고가다 신호대기중인 틈을 타 탈출, 중국 공안에서 조사를 받은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다.
▽김영욱씨 납치 경위〓경찰은 무역업을 하던 김씨가 지난해 7월 중국을 방문했다가 권총을 든 조선족 3명에게 납치돼 1200만원 가량을 주고 풀려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경찰관계자는 “김씨의 몸값 중 일부가 환전상 장씨의 중학교 동창 전모씨의 통장으로 들어간 뒤 장씨가 인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회견에서 “납치 당시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가 지금까지 납치한 한국인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7월29일 중국 베이징에서 거래파트너인 조선족 박모씨와 숙소에서 대화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3명의 납치범에게 현금 15만원과 미화 2000달러, 시가 60만원 상당의 손목시계 등을 빼앗겼다.
납치범들은 김씨의 옷을 벗긴 뒤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한국에 연락해 돈을 더 보내지 않으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김씨는 2장의 신용카드로 2000달러를 인출해 준 뒤 함께 인근 보석상에서 4000달러어치의 귀금속도 구입해 빼앗겼고, 아내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200만원을 장낙일씨의 중학교 동창 전모씨 통장에 입금시켰다.
▽장씨와 납치범들의 관계〓김씨는 귀국후 2월12일 어렵사리 환전상 장씨와 통화했다. 김씨는 그에게 납치범들의 신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장씨는 “돈을 받은 뒤 바로 전달만 했다. 그들의 신상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그는 또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범인들이 송금하겠다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려줬을 뿐이고 입금된 금액이 너무 커 이상하게 여겨 본인의 여권을 요구, 그 바람에 조명철씨도 탈출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홍영태씨 납치사건은 내가 주중 한국대사관측에 연락, 납치범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해 납치범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경찰 사건관련자 출국 몰라▼
▽경찰수사의 난맥상〓일련의 납치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사건관련자의 신병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등 수사과정 곳곳에 허점이 드러났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조씨의 몸값 2억5000만원을 송금받은 한모씨(61·여)가 24일 오후 5시40분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외손녀 돌잔치 참석차 출국한 한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막내딸 집에 머물고 있다”며 “한씨는 26일 통화에서 ‘한달 체류계획을 앞당겨 1주일 안에 귀국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한씨는 자신의 출국사실을 경찰에 사전통보하지 않았으며 경찰도 당일 밤 늦게서야 출국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