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에서 발간된 ‘슈칸 겐다이’(週刊現代) 최신호는 ‘김정일(金正日)에게 비자금 300억엔을 나는 이렇게 운반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총련에서 오랫동안 자금을 담당하다 지난해 말 퇴직한 간부를 인터뷰한 내용. 이 잡지는 “최고 간부만 알 수 있는 조총련 재정사정이 극비자료를 통해 폭로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기사요지.
나는 조총련중앙본부 재정국에서 수입과 지출을 체크해왔다. 북한에 몰래 돈을 보내는 부정송금을 지휘해온 장본인이었다. 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생일(4월15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16일) 등에 맞춰 30∼40차례나 현금을 니가타(新潟)항의 만경봉 92호까지 운반했다. 최소 30억엔을 직접 운반했으며 내가 아는 송금액만 300억엔에 이른다. 이는 조총련을 통해 공식적으로 보낸 돈이며 개인송금까지 포함하면 그 몇 배나 되는 돈이 북한으로 건너갔을 것이다. 송금액이 많았던 것은 82년 김일성 탄생 70주년, 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92년 김일성탄생 80주년 때다. 특히 82년 때는 50억∼60억엔을 보냈다.
송금 지시는 모두 김정일이 한다. 지시는 강주일(姜柱日)조선노동당 선전부장을 통해 조총련에 전달된다. 강부장이 만경봉호를 타고 니가타항에 들어오면 조총련의 허종만(許宗萬)책임부의장이나 다른 간부가 마중을 나간다. 강부장은 “수령님 생일까지 ○○억엔을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지시를 받은 조총련간부는 도쿄(東京)로 돌아와 곧바로 중앙상임위원회를 열어 돈을 할당한다. 할당액은 조총련 조직국 간부가 각 지방 본부에 배정한다. 지방본부 조직부장은 이를 지부나 산하단체에 지시한다. 연락은 전화도청을 막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항상 구두로 한다. 각 지방에서 현금을 갖고 도쿄로 오면 이 돈은 조총련 본부 건물 4층에 있는 대형금고에 보관한다. 금고 안은 어른이 양손을 벌리고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다. 모금시 조은(朝銀)신용조합이 큰 역할을 한다. 조은은 리베이트 등을 가명계좌에 보관하고 있다가 이 돈을 낸다.
이 돈을 신칸센(新幹線)열차로 니가타까지 운반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태권도 유단자인 5, 6명의 젊은이가 조를 이뤄 현금 가방을 운반한다. 니가타에 도착하면 즉시 항구 옆에 있는 조총련 니가타현 본부로 간다. 이곳에서 돈을 종이봉투에 2000만∼3000만엔씩 나눠 담는다.
이 봉투를 만경봉호에 타는 북한인에게 주며 “중요한 물건이므로 배에 타면 즉시 지도원동무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세관원이 검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검사를 하려고 하면 소동을 일으켜 검사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또 앞사람에 붙어서 틈을 두지 않고 곧바로 승선하기 때문에 검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니가타의 조총련직원에게 “돈은 얼마를 써도 좋으니 세관원을 잘 접대하라”고 지시해 놓기 때문에 그 덕을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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