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 눈을 맞은 자동차는 너무 더러워 옷이라도 스칠까 겁난다. 요즘의 비는 예전의 것에 비해 훨씬 혼탁하다. 이유는 물론 대기오염물질 때문이다. 혼탁함보다 더 심각히 생각해야 할 일은 비가 대기중의 아황산가스 등을 머금고 산성이 됨으로써 토양이 산성화하고 이런 비를 많이 맞으면 인체에 가려움증이나 탈모증상 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비가 내린 10일 중 6일 꼴로 산성비가 내렸고 강수량의 70% 이상이 산성비였다. 서울 부산 인천 같은 대도시는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산성비가 내렸고 제주도나 울릉도의 빗물도 60%가 산성비였다. 대도시나 공업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 내리는 산성비는 그 원인이 여럿이지만 그 중에는 중국의 오염물질 이동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아황산가스는 국내 발생량의 22.8∼24.5%이며 질소산화물은 12.5∼27.2%라는 환경연구원의 보고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물질에는 작은 모래나 먼지도 있다. 대체로 3월말부터 4월초에 몰려와 ‘봄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황사다. 황사현상은 우리나라에는 연간 2∼5일 나타난다. 중국과 몽골 사막지역에서 떠올라 날아오는 황사는 알칼리성 성분이 포함돼 있어 산성 토양을 중화하고 산성비 원인물질을 중화하는 역할도 하지만 아황산가스 등도 동반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해가 더 크다. 인체 호흡기 및 안 질환을 유발하고 정밀기계 생산이나 농작물에도 해를 끼친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나 황사는 일본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연구기관도 일본 내 산성비의 40% 가량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아황산가스 때문인 것으로 규정하며 황사도 1∼6월 에 연간 300만t 가량이 날아온다고 추산하고 있다.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산성비나 황사현상 등은 말하자면 동북아 환경문제의 핵심이다. 그동안 대책마련에 거의 접근치 못하던 한중일 3개국이 지난주 환경장관 모임을 통해 공동조사를 포함한 9개항에 합의했다. 가시적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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