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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닥터의 건강학]안진환/관절수술 분야

입력 | 2000-02-29 19:10:00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누가 말했죠? 예술가가 아닌 의사 히포크라테스입니다. 이때 예술(Art)은 곧 의술을 가리키는거구요.”

삼성서울병원 안진환교수(55)는 수술이 곧 예술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수술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 완벽해야 예술이니까. 그는 걸을 때도 늘 관절 생각을 하느라 다른 사람이 인사하는 것도 모르고 지나치곤 한다.

그가 ‘두 얼굴의 사나이’란 말도 듣는 것도 이런 신념에서 비롯된다. 평소 목소리가 부드럽고 수줍음을 잘 타지만 레지던트나 간호사가 완벽한 준비없이 수술실에 들어오면 ‘숙제 안한 학생 혼내듯’ 야단을 친다. 학회에서도 다른 의사가 두리뭉실하게 발표하면 자존심에 상처낼 정도로 따진다.

이런 집념 때문일까. 안교수는 다른 의사들로부터 관절경수술에 관한 한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을 듣는다. 관절경수술은 관절염환자의 관절 부위에 2, 3개의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집어넣은 뒤 불안정하게 붙어있는 물렁뼈(연골)를 제거하거나 너덜너덜한 물렁뼈를 꿰매 잇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

안교수는 1979년 경희대병원에서 국내 첫 관절경시술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8000여명의 관절을 관절경수술로 고쳤다. 그에게 관절경시술법을 배우고 간 의사는 200여명.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50여명의 제자가 ‘한 수 가르침’을 받고 ‘하산’했다.

안교수는 75년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선배인 유명철교수의 부름을 받고 경희대병원 교수로 들어갔으며 79년 이후 관절경시술만 맡아왔다. 인공관절 수술의 대가인 유명철 배대경교수와 함께 ‘막강 경희대팀’을 이끌어 나갔다.

“옛 방법으로 무릎을 수술하면 20㎝를 찢고 3, 4주 입원해야 하는데다 뻗정다리 등 합병증도 있었습니다. 관절경수술은 늦어도 3, 4일 만에 퇴원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지요.”

안교수는 79년 반달형 연골 부분절제술을 성공한데 이어 △82년 원판물렁뼈 절제술 △87년 전방십자인대 절제술 등을 성공해 국내 최초의 행진을 이어갔다. 93년 손상된 후방십자인대를 다 자르지 않고 치료하는 수술에 성공했으며 96년 북미주정형외과학회에서 이에 관한 논문을 발표, 최고상을 받았다.

안교수는 97년 국내 스포츠의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대학선배 하권익 삼성병원장이 운동부상과 관절염 치료의 관련성을 내세우며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하자 ‘새 영역’을 개척하러 자리를 옮겼다.

“인구의 10∼15%가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최근 운동 부상과 각종 사고로 관절을 다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안교수는 “시기와 증세별로 치료법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기엔 비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을 곁들이는 것이 좋고 약물로 석 달 이상 치료해도 안 듣는 경우 관절경 수술을 받는다.

‘O’자형 다리는 관절의 한쪽 면만이 닳아 관절염이 생기곤 하므로 ‘두두둑’ 소리가 나면서 아프거나 무릎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면 넓적다리뼈 윗부분을 잘라 각도를 조절한 다음 이어붙여 뼈를 곧게 하는 수술을 받는다. 또 물렁뼈가 거의 닳아 없어진 경우엔 15∼20년 쓸 수 있는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한다.

한편 류머티스관절염 환자 중 관절의 활막이란 곳에서 나와 윤활유 구실을 하는 활액이 너무 많아 물렁뼈가 손상된 경우 관절경수술로 활막을 잘라내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힐 수 도 있다.

안교수는 진료실에 앉아서 외래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가 방 3곳에 환자를 ‘조심스럽게’ 모시면 방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를 본다.

“하루에 진료실을 옮기며 걷는 것이 골프장 18홀을 걷는 것보다 많습니다. 게다가 매일 40분씩 회진합니다. 많이 걸으면 관절 부위의 인대와 근육이 튼튼해집니다.”

걷기를 즐길 뿐 아니라 한 달에 한두번 북한산 중계산 등을 오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등산이 좋은 건 아니다. 이미 관절염이 진행된 환자는 등산보다 평지에서 천천히 걷는 운동이나 수영이 좋다는 설명.

“요즘 스키장에서 다쳐 오는 환자가 많은데 외국선 기초스키교실을 마치고야 스키장에 나갑니다. 준비없이 운동하면 자신은 물론 남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해요.”

안교수는 “사고로 관절을 ‘삔’ 것은 뼈를 둘러싼 인대가 늘어났다는 얘기”라며 “자주 삐는 사람은 인대가 늘어난 상태에서 고정돼 작은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므로 2, 3일 자연스럽게 걷지못하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살이 찌면 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따라서 체중조절이 중요합니다. 관절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이 걷는 것이 살 빼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떻게 뽑았나▼

관절수술의 베스트닥터로는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안진환교수가 뽑혔다.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종합병원에서 관절염을 주로 치료하는 정형외과 및 내과 전문의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안교수가 삼성병원으로 옮긴 1997년까지 20여년 동안, 그와 함께 ‘경희대 관절치료팀 신화’를 만들어낸 유명철 배대경교수도 각각 인공 고관절 및 무릎관절 대치술의 1인자로 뽑혔다.

류머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가 정상 관절을 공격해 생기는 ‘면역체계의 질환’. 정형외과에서 주로 수술하는 퇴행성 관절염이나 외상(外傷)으로 인한 관절염과는 달리 류머티스관절염은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질환을 주로 보는 내과 베스트닥터는 별도로 순위를 집계했다.

▼관절수술 부문 베스트닥터▼

△1위 안진환(삼성서울) △2위 김성재(신촌세브란스) △공동3위 김영민(서울대) 유명철(경희대) △5위 배대경(경희대) △6위 성상철(서울대) △공동7위 김정만(강남성모) 채인정(고려대안암) △공동9위 조우신(서울중앙) 이기병(한림대 성심) 20위권에는 △김영용(인제대 서울백) △김성곤(고려대안산) △민병현(아주대) △최일용 정현기(한양대) △강창수(계명대동산) △한창동(연세대) △정영복(중앙대) △하권익교수(삼성서울병원)와 △안세병원 김영후박사 등이 포함됐다.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