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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젊은 프루트' 파후드 8일 예술의 전당서 공연

입력 | 2000-03-01 19:31:00


플루트의 음색은 얼음과 솜털을 함께 가지고 있다. 떨림판(리드)이 없이 숨결의 조화만으로 온갖 음색을 창조하는 악기. 그래서일까. 모차르트의 협주곡에서는 깃털처럼 포근하고,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에서는 수정처럼 투명하게 들리는 것이 플루트다.

1997년 혜성처럼 등장한 플루트계의 새별 에마뉘엘 파후드(사진)가 8일 7시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98년 첫 내한공연을 반주한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쥬와 함께다.

목관악기는 피아노나 현악기처럼 개별 주자의 개성을 나타낼 기회가 적어 갑작스런 스타의 출현이 적은 분야로 꼽힌다. 프랑스의 장 피에르 랑팔, 아일랜드의 제임스 골웨이 등 양대 스타가 70년대 이후 플루트 연주계를 독점해온 것도 그 때문. 그러나 랑팔이 부드러운 목질음색으로, 골웨이가 도톰한 육질 음색으로 승부한다면 파후드는 날렵하고 매끄러운 현대적 감수성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EMI사가 내놓은 소품집 ‘파리’, 모차르트 4중주곡집 등에서 그의 정교한 손가락 기교와 잡티하나 없는 순수한 음색을 맛볼 수 있다. 때로 골웨이식의 볼륨감이 아쉬워지기도 하지만, 웬만한 명인의 바이올린 연주보다 강한 강약의 진폭으로 마음을 흔들어놓는 솜씨는 그런 아쉬움마저 잊게 만든다.

파후드는 1970년생. 파리 음악원을 90년 수석졸업한 뒤, 92년 프랑스인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세계 정상의 앙상블’인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플루트 수석주자에 임명됐다. 오늘날 솔리스트 활동과 실내악 활동, 관현악 활동 등 1인 3역으로 바쁘게 뛰며 황금빛 플루트 음색을 자랑하고 있다.

독주회에서는 모차르트 소나타 b플랫장조, 슈베르트 ‘시든 꽃’ 변주곡, 라이네케 소나타 ‘물의 요정’ 등을 연주한다. 02-598-8277 (크레디아)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