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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벤처熱風에 대형로펌들도 '두둥실'

입력 | 2000-03-01 19:31:00


지난해말 인터넷게임 개발업체인 비테크놀로지가 세계 최고의 게임엔진 개발업체인 미국 칼리사(社)를 인수한 것은 국내 벤처기업이 외국기업을 인수한 이례적인 일로 주목을 받았다.

▼외자유치등 수요 급증▼

장석원 사장은 인수계약이 무산될 뻔한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독점 협상을 벌여오던 칼리가 느닷없이 “조건만 맞으면 다른 업체와도 계약할 수 있다”며 ‘양다리 작전’을 편 것. 막판에 칼리에 눈길을 보낸 곳은 세계적인 인터넷검색업체로 제시한 인수금액도 비테크보다 3배나 많았다.

다급해진 장사장은 법률자문을 맡고 있던 법무법인 태평양의 황보영 변호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황변호사는 칼리의 경영진을 직접 만나 담판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장사장은 즉시 비행기를 탔다. 장사장과 황변호사는 이후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한 핫라인으로 부단하게 협의했다. 황변호사는 미국 로펌인 밀러 앤드 마틴과 함께 인수 방향과 실사 범위, 라이선스계약 등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숨가쁘게 벌였다.

결국 2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고 계약이 마무리됐다. 난관을 맞은 인수작업이 사흘 만에 깨끗이 해결된 것.

▼현금대신 주식 제공▼

벤처기업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로펌들이 벤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엄청난 자문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 내던 벤처기업들도 현금 대신 주식을 들고 로펌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로펌이 벤처기업에 해주는 법률 서비스는 다양하다. 계약이나 자금조달 방법 등에 대한 자문에서 해외 진출시 투자 규모와 벤처캐피털의 참여 여부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지적소유권의 출원 및 등록과 상표권 분쟁 처리도 주요 업무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포진한 로펌을 거치는 것이 필수 코스로 되어 있다. 국내법에 따라 설립된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면 양국의 법률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고 양국법에 정통한 전문 변호사들이 필요한 것.

국내 기업 중 미국 나스닥 상장 1호인 두루넷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과 우방에서 법률 검토 작업을 벌였다. 반대로 외국자본이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로펌이 활약한다. 김&장은 한 증권관련 포털서비스업체를 대리해 500만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김&장-태평양등 활약▼

벤처 관련 업무가 늘면서 로펌들도 팀을 따로 꾸리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장의 경우 특허 증권 세무 등을 담당하는 전문 변호사와 변리사 전산전문가 등으로 벤처팀을 구성했고 태평양도 M&A 지적소유권 특허 금융 등 분야의 변호사 9명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일부 로펌은 창업 단계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한 후 투자자를 모아 벤처펀드를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로펌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벤처기업만을 전담하는 로펌도 수두룩하다”면서 “국내 로펌들도 벤처기업에 대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해 사실상 벤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