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영원히 사로잡는 향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주의에 대한 동경으로 향수를 뿌림으로써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아로마테라피적인 향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시대에 따라 돌고도는 향의 유행순서 본격적으로 향수 사업이 시작된 19세기 말의 향수는 꽃에서 추출한 천연향이나 오 데 코롱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의 향수는 사람 손이 많이 드는 생산 방식과 값비싼 천연 재료로 인해 가격이 매우 비쌌다. 이후 합성 향료가 개발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대중화되었는데, 이때의 향취는 주로 고상하고 중후한 느낌이었다. 20세기 초반에 접어들면서 시프레와 오리엔탈향이 중심이 됐다. 1930년대에는 보수적인 분위기와 함께 플로럴향과 오리엔탈향이 유행했고,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에 평화 시대가 오면서 그린과 플로럴계의 향수가 붐을 이루었다. 또 여성의 해방과 경제적 독립이 일어나면서 시프레 계열의 향수가 인기를 끌었고, 1960년대에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향수의 경향에 영향을 미치면서 알데히드 계열의 향이, 1970년대에는 퇴폐적인 분위기의 소수 집단을 위한 그린향과 스포티향이 주류를 이루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향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천연 꽃향을 재해석한 새로운 느낌의 플로럴향이 탄생했다. 1990년 이후에는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유니섹스 모드의 부드럽고 시원한 프레시, 시프레 등의 향이 인기를 끌고 있다. 향의 유행은 가벼운 향으로부터 유행하여 무거운 향으로 갔다가 또다시 가벼운 향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근래에 와서는 이러한 유행주기가 좀더 빨라지기는 했지만, 그 순서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이제 한 가지 타입의 향수가 2∼3년 이상 인기를 끄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소비자를 영원히 사로잡는 향수는 있을 수가 없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향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기호에 맞는 개성적인 향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 2000년 유행할 향수는... 2000년이 되면서 ‘인공에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의 향수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선(禪)사상’ 같은 동양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동양적인 사상의 유행과 함께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없애준다는 향의 사용이 증가할 추세이다.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이 향을 뿌린 후 생기가 나거나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아로마테라피적인 향의 사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향수들은 천연 식물성 식물에서 채취한 에센셜 오일의 향기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진정 효과가 있는 라벤더, 활력을 주는 로즈메리, 리프레시 효과가 있는 페퍼민트가 많이 쓰인다. 대부분 강한 향보다는 프레쉬하면서도 자연에 가까운 향을 많이 이용하는데, 여기서도 자연주의에 대한 동경으로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향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현대에는 다양한 향수들이 선보이면서 점차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또한 이제 향수 산업은 향수뿐만 아니라 방향 산업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아로마테라피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향 전문 연구소인 P&A 마케팅 연구소에 따르면 ‘첨단 테크놀로지를 추구하는 21세기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사이버 향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래의 향수 산업은 끊임없이 인간의 본성을 추구할 것이며, 내추럴리즘과 휴머니즘에 근거한 순수한 자연향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 눈의 띄는 향수업계 트렌드 네 가지 - 향수 광고 사진의 새로운 경향 요즘 새로 출시되는 향수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광고 사진 속에 남녀가 함께 등장하는 것. 지금까지 향수 광고는 보이지 않는 향을 표현하기 위해 어느 광고보다 인상적이고 자극적이었으며, 이를 위해서 섹시함을 강조하였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많은 향수들은 여성의 관능적인 시선이나 여체를 광고에 등장시켰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향수 광고에 연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첫 주자가 바로 구찌 ‘엔비 포 맨’으로, 중성적인 섹시함을 추구했던 이 광고에는 성의 구분이 모호한 두 남녀가 등장한다. 이어 영원한 커플을 상징하는 ‘에스 티 듀퐁’, ‘함께 한다’는 의미를 부각시킨 ‘엠포리오 아르마니 일르와 엘르’, 관능적인 사랑을 표현한 로샤스의 ‘알쉬미’, 엘리자베스 아덴의 ‘스플렌더’, 랑콤의 ‘위’, 에스티 로더의 ‘대즐링’ 등이 연인을 등장시켰다. - 부드러워진 남성 향수 모델 얼굴보다 미끈한 근육질 몸에 시선을 집중시켜온 남성 향수 광고에 변화가 일고 있다. 상큼하고 프레시한 향이 유행하면서 남성 향수는 무겁고 강한 이미지를 던져버리고 밝고 따뜻한 느낌으로 변신했다. 남성용 향수 이미지 모델들도 예전처럼 남성의 육체적인 힘과 섹시함을 강조하는 대신 다양성을 지닌 남성상을 보여준다. 캘빈 클라인의 ‘콘티라딕션 포 맨’의 모델로 젊은 아기 아빠인 저스틴 챔버스를 기용한 것이 그 예이다. 샤넬 역시 윈드서핑을 즐기는 학생, 오케스트라 지휘자, 저널리스트, 재즈 뮤지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일반인을 모델로 등장시켜 자신의 일에서 인생의 매력을 느끼는 남성을 보여주고 있다. - 다양한 국산 향수 출시 수입 제품 일색인 국내 향수 시장에 국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태평양의 새 향수인 ‘헤라 질 오 드 퍼퓸’이 발매 3개월 만에 판매 실적 6만개를 돌파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 현지 법인에서 출시돼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롤리타 렘피카’도 국내에 들여와 인기를 끌면서 국산 향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또 인기 연예인의 캐릭터를 활용한 향수 사업이 펼쳐져, 한불화장품에서는 연예인의 이름을 딴 스타 향수를 출시하였는데, 인기 그룹 H.O.T의 캐릭터를 이용한 ‘H.O.T with Perfume’, 인기 가수 조성모의 이름을 딴 ‘조성모의 헤븐’이란 향수도 판매되고 있다. - 뉴 밀레니엄 향수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2000년 1년 동안만 판매하는 뉴 밀레니엄 향수가 나왔다. 남성 향수인 ‘캘빈’과 여성 향수인 랑콤의 ‘2000 에 로즈’가 바로 그것. 랑콤의 ‘2000 에 로즈’는 상큼하고 달콤한 오렌지향과 랑콤의 상징인 장미향이 그윽하게 나는데, 이는 2000년을 맞아 가장 여성다운 여성상을 지닌 향수가 유행하리라는 경향과 맞아 떨어진다. 캘빈 클라인은 1980년에 출시했다가 1985년에 중단했던 오리지널 남성 향수인 ‘캘빈’을 다시 선보인다. 원래 캘빈 클라인은 뉴 밀레니엄을 위한 향수를 만들려 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구제품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을 보고 다시 70, 80년대풍의 ‘캘빈 클라인 진’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울러 그 당시의 향수를 다시 제작하여 2000년 1년 동안만 판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