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규 지음/조합공동체 소나무/436쪽 1만원 ▼
‘삼국지’가 중국 문화의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수능시험 대비를 위해 ‘삼국지’를 독파한 뒤 중국문화를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에게든, 너무 두꺼운 책은 못 읽겠다고 ‘삼국지’를 밀쳐 둔 성인에게든 어느 쪽에나 유익한 중국문화 탐구서다. 한 권의 분량 속에 전설 상의 요(堯)임금시절부터 당나라까지를 압축적으로 다루었다.
우선 눈에 띄는 특징은 사랑방 대화형식. 중문학 교수를 하다 은퇴한 할아버지가 대학입학을 앞둔 손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중국의 역사, 유적, 중국인의 의식변천을 총체적으로 강의한다. 덕분에 일반적인 서술형식의 통사(通史)에 비해 지루하지 않다.
이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중국 문학을 통해 중국 문화의 진수에 접근한다는 점이다. 창작되던 시대상황과 결부해 중국 고전문학의 백미를 설명함으로써 고전을 낡은 문장이 아니라 역사의 생생한 표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책의 내용은 중국 문학의 젖줄이 된 ‘시(詩)’ 가 공자 시대부터 20세기 5·4운동 때까지 어떻게 시대를 달리하며 중국인들 사이에 인용되고 재해석됐는가 등 문학사 해설이 한 축을 이룬다. 도연명이 왜 “봉급으로 받는 쌀 다섯말에 내 허리를 굽힐 수 없다(五斗米折腰)”며 관리직을 박차고 나와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게 되었는지 손에 잡힐 듯한 문인들의 삶 묘사가 또 한 축을 이룬다.
섣부른 앎이 낳은 편견을 바로 잡아주려는 지적도 섬세하다. 뛰어난 문인이자 통치자였던 조조가 명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유비에 비해 평가절하된 것은 원나라를 축출하고 한족의 정통성을 살리려는 ‘촉한 정통론’ 때문이었다는 설명 등이 그 예다.
익숙한 고사성어의 기원을 밝힌 점도 돋보인다. 요 임금 통치기에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떠 가뭄이 계속되자 하늘에서 내려온 후예가 화살을 쏘아 9개의 태양을 떨어뜨렸다. 이 때 태양 속에 있던 까마귀 털이 하늘을 뒤덮었다는 전설 때문에 태양을 ‘금오(金烏)’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명으로부터 시작해, ‘토사구팽(兎死狗烹)’ ‘남가일몽(南柯一夢)’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고사성어를 풀이하고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는 동북아 네트워크가 보다 견고해질 전망. 달라질 미래를 대비하고 한자문화권의 지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둘만한 교양서다. 송대 이후 문학을 다룬 2권도 곧 발간될 예정. 43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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