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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핫라인]드라마 '성난 얼굴…'주연 주진모

입력 | 2000-03-05 21:15:00


이웃집 동생같은 이미지의 조성모 차태현 등 연예계에서 ‘잘 나간다’는 젊은 남성 스타들을 보면 확실히 마초(macho·남성다움)의 매력은 한풀 꺾인 듯하다. 배두나 김효진 등 중성적 매력으로 무장한 20대 전후의 신진 여성 스타들이 부상하는 것도 그러한 현상의 증거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신인 탤런트 겸 영화배우 주진모(25)는 최소한 ‘연예계 현실’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뿜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그는 데뷔 이후 신인치고는 화제작(영화 ‘댄스댄스’ ‘해피 엔드’, 드라마 KBS2 ‘슬픈 유혹’)에 골고루 출연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는 ‘소품’에 그쳤고, 연기력을 내비쳤던 ‘슬픈 유혹’은 두 시간짜리 단막극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는 연기자로서의 ‘그릇’보다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으로서 평가받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인물소화 위해 5kg이상 감량▼

그런 그가 드디어 지난달 28일 첫방송된 KBS2 24부작 월화드라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첫 주연을 따냈다. 사회적으로 굴절된 형제의 방황과 좌절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깡패 동진. KBS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격렬한 액션신은 물론 헬기까지 동원해 만들어낸 스펙터클한 장면에 태권도 공인3단(인천전문대 체육학과 중퇴)인 주진모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기민하게 ‘반응’한다.

2일 오후 3시반 서울 송파구 거여동 국립경찰병원에서 진행 중인 ‘성난…’의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이미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 난 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체중을 5㎏ 이상 줄여 지난해보다 더욱 각이 예리해진 마스크다.

“전형적인 남성 드라마죠. 좌절에 몸을 떨고 비리에 분노하는, 80년대 후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구도를 담고 있었어요. 이제까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몸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섭외없어 한때 공무원시험 준비▼

그의 연예계 데뷔 과정을 보면 그가 ‘성난…’의 이미지에 왜 익숙한 지 알 수 있다. 지난해 “한 게임 더해?”라는 인상적인 문구의 모 건강음료 광고에 출연했지만 이후 별다른 출연제의가 없자 평범하게 살려고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연예계에 데뷔시킨 사람은 일급 패션디자이너 하용수였다. 하용수는 오래 전부터 간간이 남자 연기자들의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주로 섹스 어필하는 전형적인 남성상의 연기자들을 배출해왔다. 그를 거쳐간 남자 연기자만 해도 최민수 이정재 등 당대의 마초들. 그런 하용수는 어느 날 음식점에서 우연히 주진모와 합석한 자리에서 그를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30분 만에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다.

▼운동복 차림으로 거리나서▼

실제로 기자가 찬찬히 뜯어 본 주진모는 이정재의 잘 발달한 상반신에 정우성의 가다듬어지지 않은 반항기,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적당히 고생한 것 같은 이미지를 고루 갖추고 있다. 1m80에 가까운 키에 1m10에 육박하는 탄탄한 가슴, 탤런트 송승헌을 능가하는 숯검댕이같은 짙은 눈썹, 적당한 간격의 미간에 자리잡은 투툼한 주름, 게다가 선탠으로 그을려 짙은 갈색의 피부…. 확실히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캐릭터는 최근 남자 연기자 중에서 ‘희귀종’이라 불릴 만하고, 모성을 자극하는 남성들이 판치는 연예계에서 ‘틈새 전략’용 이미지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주진모는 ‘이미지 고정’에 따른 충격을 걱정하는 듯했다. “주변에서 저보고 ‘니가 주민수(최민수)냐’고 하더군요. 게다가 제가 붙임성도 부족해 사람들이 저의 한 면만 바라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정장보다는 캐주얼이나 아예 운동복 차림으로 거리를 나설 때가 많다고 한다.

남자 연기자도 대개 팬시 상품으로 간주되는 요즘 연예계. 모처럼 나온 선굵은 ‘물건’이 정통 연기자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연예계 관전법 중 하나다.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