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들의 구두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들은 이제 하이힐을 거부한다. 앞코가 넓고, 굽도 높고, 전체적으로 볼륨감이 있는 ‘왕발 구두’를 신는 것이다.
왕발 구두중에는 ‘아츠 소코 부츠’라 불리는 기형적으로 높은 통굽 신발이 있다. 아츠 소코란 ‘두꺼운 바닥’을 뜻한다. 가장 굽이 높은 것은 15cm나 된다. 이 정도니 발을 삐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일어나는 차사고도 허다하다. 우리나라에도 이 신발이 들어왔는데 다들 무사히 신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또 ‘누에콩 모양 구두’라는 것도 있다. 앞코 부분이 누에콩처럼 넓고 둥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앞부분이 넓은 덕분에 발가락이 편안해서 좋다고 한다. 이 구두는 우리나라에서 한때 유행했던 ‘도널드 덕 구두’와 비슷하다. 실제로 이 도널드 덕 구두도 일본에서 1980년대 후반에 ‘오데코 쿠츠’(이마 모양의 신발이란 뜻)라는 이름으로 유행했었다.
일본에서 이런 왕발 구두가 인기인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전통신발인 굽높은 나막신, 게타는 부자연스러운 듯 하면서도 발 부분에 볼륨감을 주어 전체 옷차림을 완성시켜 주는 묘한 매력을 지닌 신발이다.
그 가운데 통굽으로 된 ‘봇쿠리’는 요즘의 아츠 소코 신발 그대로다. 통굽의 밑을 파 방울을 달아놓아서 걸어가면 고운 방울소리가 난다. 요즘은 명절 때 소녀들이 성장용 신발로 신고 있다.
여성의 신발은 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이힐이나 신데렐라의 작은 유리구두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발보다 크고, 넓적하고, 높은 왕발구두를 통해 일본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외치고 있는 것일까.
김유리(패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