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주는 게섰거라, 생명공학 주가 오신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인간 게놈(유전정보의 집합체) 배열작업이 수개월 내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증권시장에서는 생명공학 주식을 가리키는 ‘바이오테크주’ 바람이 거세다고 미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격주간지 포천이 잇따라 보도했다.
바이오테크주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 미국 영국 등 15개국이 1990년에 출범시킨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료시점이 당초 2005년에서 2003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도된 것이다. 작년말부터는 업체들 사이에 유전자지도 작성시점 앞당기기 경쟁이 본격화 해 ‘바이오테크주 열풍’의 막이 올랐다.
빈혈증 치료제 ‘에포겐’과 암치료제 ‘뉴포겐’으로 유명한 암젠은 작년 3월1일부터 올 같은 날까지 주가가 192% 상승했다.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제조사 제넨테크는 작년7월중순 상장 후 1일까지 273% 올랐다. 유전자 연구로 유명한 밀레니엄 제약도 1일까지 1년사이 주가가 999% 상승했고 아피메트릭스(930%),압제닉스(2661%)등도 엄청나게 주가가 상승했다.
대표적 바이오테크주 지수인 ‘아메리칸 증권거래소(AMEX) 바이오테크 지수’는 지난 해 3월1일 171.05에서 올해 같은 날 740.20으로 1년사이 무려 4.3배로 불었다. 같은 기간 닷컴주식들이 몰려 있는 나스닥지수는 2235.19에서 4796.90으로 2.1배가 되는데 그쳤다.
뉴욕증시에 상장 또는 등록돼 있는 생명공학 회사들의 총 시장가치는 1998년말 970억달러(약 106조7000억원)에서 올 2월18일 현재 3500억달러로 1년여만에 3.6배로 커졌다.
올해 인간 게놈 배열작업이 완료되면 지금의 양상을 훨씬 뛰어넘는 주가폭등이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 안전하고 효과높은 신약개발이 확실해지면 바이오테크주가 닷컴주를 밀어내고 ‘황제주’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테크 주가가 1991년 폭등했다가 이듬해 꺼진 것처럼 이번 열풍도 ‘해프닝’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전자 지도가 완성돼도 실제 의학적 성과가 나타나려면 5∼20년은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다만 91년과 달리 지금은 많은 생명공학 기업이 실제로 신약을 발표하고 높은 순이익을 거두고 있어서 다르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terrence@donga.com
▼바이오株 투자 4계명▼
미국의 바이오테크주 열풍에 개인 투자자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바이오테크주 투자로 ‘대박’을 터뜨릴 길은 있는가. 포천지는 최근 시장조사기관 ‘코웬 앤드 컴퍼니’에서 16년간 생명공학 주를 집중 연구해 온 데이비드 스톤(사진)의 ‘바이오테크주 투자 4계명’을 소개했다.
1.시장점유율 상위 12개사 가운데 골라라. 모든 사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생명공학 분야도 먼저 시장을 차지한 회사가 안전하다. 오래되고 꾸준히 이윤을 내는 회사를 고를 것.
2.신제품 출시를 앞둔 회사를 찾아라. 그러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성공한 회사는 무시해도 좋다. 신제품 출시까지 10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제품 개발에 실패하거나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못받을 확률이 90%다.
3.몇가지 제품을 동시에 개발중인 회사를 골라라. 단 한 가지 제품 개발에만 몰두해온 회사는 신제품 출시에 실패하면 주가는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여러 제품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가능하다.
4.최소한 2년간의 손실을 보전할만한 자금력이 있는 회사를 찾아라. 생명공학 분야는 초창기 손실이 불가피해 자금줄이 든든한 회사만 살아 남는다.
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