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월 23일(현지시간) 열린 제42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미국 여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19)가 4일 데뷔 앨범 홍보차 내한해 5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초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던 여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19)를 제친 아길레라는 흑인 풍의 호소력 짙은 R&B(리듬 앤 블루스) 창법과 빼어난 외모를 앞세워 지난해 여름 발매한 데뷔 앨범 중 ‘Genie in a Bottle’ ‘What a Girl Wants’를 연속해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려 놓았다. 팝계에서는 그래미가 스피어스보다 상업적 성공에서 뒤진 그의 손을 들어준 것도 머라이어 캐리 류의 ‘디바’로서의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전형적인 미국 미인이었다.
―신인상 수상을 예상했는가?
“수상자 발표 전에 스피어스가 무대에서 공연을 가져 사실 전혀 생각도 못했다. 인사말도 준비하지 못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로커 앨라니스 모리세트, 힙합 가수 로린 힐 등 여가수가 그래미 신인상을 휩쓸고 있다.
“팝계가 여가수들의 재능과 열정을 본격적으로 인정하는 것 아닌가. 나는 뮤지션으로서 마돈나를 가장 존경하는데 가수를 뛰어넘어 여성이라는 성(性)이 갖는 힘을 보여줬고, 아직 남성 위주의 팝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음반 사업을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마돈나는 ‘매버릭’ 음반사의 사장)”
―당신은 데뷔 이후 꾸준히 스피어스와 비교돼 왔다.
“(지겹다는 표정으로) 스피어스라…. 아마 같은 또래라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와 분명 다른 노선을 걷고 있고, 심지어 음악적 기교도 다르다. 2집부터는 본격적으로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인형처럼 예쁜데 자신의 외모가 노래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가?
“가수로서의 나보다는 외모에만 관심을 갖는 주변의 시선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
―한국은 처음인데 인상이 어떤가?
“세 살 때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3년간 살았기 때문에 동양적 풍경이 어색하지 않다. 짧은 기간이지만 깔끔한 한국의 정취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어떻게든 음악 작업에 녹여보고 싶다.”
아길레라는 3일 동안 한국 팬들을 만난 뒤 6일 다음 방문지인 대만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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