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과 일본 엔화의 약세,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외국 변수’가 올해 우리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할 최대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부문의 악재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는 한 저물가와 고성장, 경상수지 흑자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대외적인 충격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시 경제정책을 운용할 방침이지만 외국변수를 다룰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외국변수 무엇이 문제인가〓날씨가 따뜻해지면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국제유가는 좀처럼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산유국의 증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는 이달초 배럴당 30달러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알루미늄 구리 등 원자재값도 작년보다 30% 이상 올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
엔화가치는 최근 들어 하락세가 주춤해졌지만 미국경제의 호황과 일본경제의 회복 지연이 맞물려 더 떨어질 여지가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외환딜러는 “올 상반기중 엔화가치는 달러당 115∼120엔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가신인도와 직결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가산금리가 지난달 중순 이후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기분좋은 현상은 아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별 진척을 보이지 않는 등 한국의 개혁이 후퇴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 데다 엔저로 인해 수출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역수지는 이달들어 5일까지 7억3000여만달러의 적자(통관기준)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왕윤종(王允鍾)국제거시금융실장은 “해외변수 중 우리에게 유리한 요인이라면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호황을 누린다는 정도”라며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낙관할 상황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정책수단 없어 고민〓정부는 대외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장률 6%대 △소비자물가상승률 3% 이내 △경상수지 120억달러 흑자 등 올해 거시경제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권오규(權五奎)경제정책국장은 “외국변수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흡수 가능한 범위 내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도 최근 “미국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거나 고유가를 방치하는 등 안정을 해치는 정책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문제는 외국변수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면 우리 정부가 손을 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무역수지와 국내물가에 미치는 파괴력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논지다. 학계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에 불과했던 지난해초 원유비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민간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였다면 유가급등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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