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과 체력, 이 모든 면에서 삼성화재는 결승전 파트너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팀들보다 ‘한수 위’였다.
창단 이듬해, 슈퍼리그에 첫 출전한 97년 대회부터 우승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삼성화재. 7일 라이벌 현대자동차를 누르고 정상에 올라 ‘역시 최강팀’임을 입증했다.
삼성화재 우승의 원동력은 단적으로 풍부한 선수층. 사실 올해 삼성화재의 우승 행보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개막전 이후 현대자동차에 2연패, 팀 창단 이후 대한항공에 당한 첫 패배 등 삼성화재의 독주에 식상했던 배구팬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초반 부진은 주전 대부분이 지난해 12월 시드니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뒤여서 피로와 부상이 겹쳤었기 때문. 여기에 대회 중반 주포 신진식이 발목 부상으로 한달 가까이 결장하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석진욱 김기중 신선호 장병철 등 포지션마다 수준급의 ‘대체 요원’들 이 버티고 있어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대졸 유망주들을 모두 데려와 ‘싹쓸이 스카우트’라는 비난과 함께 배구계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들의 가세가 삼성화재의 실질적인 전력 상승을 가져왔음을 증명한 것. 이들 덕분에 숨고르기를 한 김세진과 신진식은 결승에서 펄펄 날았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 등 주전들의 활약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팀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야 했다.
또 하나. 삼성화재 신치용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도록 주문하는 것으로 유명한 지도자다. 화려한 팀 컬러와는 달리 수비 연습과 조직력을 강조하는 것도 신감독의 특징. 결국 삼성화재의 우승은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일궈낸 결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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