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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이야기]스니커즈 '진짜우정' 편/'상식뒤집기' 성공

입력 | 2000-03-08 08:28:00


카메라가 인적없는 골목길을 비추면 2명의 불량(?) 청소년이 초코바를 놓고 시비를 벌이고 있다. “니들 싸우냐”는 얼굴없는 목소리. 카메라는 쫓기듯 달아나는 이들을 쫓으며 “니들 진정한 우정을 아냐”고 외친다. 얼마 못가 붙잡혀 담벼락에 세워진 두 사람은 싸움의 발단이 된 초코바를 펼쳐보이며 히죽 웃는다.

‘도대체 뭐 이런 광고가 다 있냐’는 평가에서 ‘모처럼 재미있는 광고가 나왔다’는 평가까지, 초코바 스니커즈의 광고 ‘진짜 우정’ 편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철저한 상식 뒤집기〓광고 제작에 참여한 LG애드 카피라이터 안상우씨는 “스니커즈 광고는 영화 ‘거짓말’과 닮았다”고 평가한다. 제작 전후에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심의에 걸려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수없이 가위질을 당한 끝에 심의를 통과했다. 초콜릿 광고라면 다들 A급 영화배우나 탤런트를 고집할 때 철저하게 무명의 모델을 내세웠다. 거친 화면의 톤이나 일상의 한 단면을 그대로 담은 듯한 리얼리티도 서로 닮았다.

스니커즈와 거짓말이 진정으로 닮은 점은 기존의 패러다임, 상식에 대한 뒤집기다. 거짓말이 성(性)이라는 사회적 금기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면 스니커즈 광고는 “광고는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상식에 대한 반란이라고.

스니커즈 광고에는 그 흔한 먹는 장면도, 제품에 대해 “맛있다”느니 “끝내준다”는 식의 설명도 없다. 멋진 화면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도 않는다. 모델도 무명이다 못해 “어디서 저런 촌스러운 애들을 데려왔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

▽‘방송 불가’ 판정〓사전조사 결과 스니커즈는 ‘좀 나이든 사람들이 먹는’, ‘웬지 친숙하지 않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영어일색인 포장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외국산이라는 한계 때문이었다. 제작진은 ‘진짜’라느니 ‘정통’이라느니 하는 기존의 일방적인 메시지는 젊은 층에 오히려 역효과를 준다고 판단, 과감하게 버리기로 결정했다.

모델과 장소 섭외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큰 장벽은 심의. LG측은 “너무 생소한 스타일의 광고라 약간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방송불가 판정이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남학생 두명이 나오는 ‘진짜 우정’편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찌르는 장면 등이 삭제된 끝에 방송이 됐지만 교복입은 여고생이 시종일관 우는 장면이 나오는 ‘진짜 사랑’편은 결국 전파를 못탔다. “여고생이 사랑 때문에 우는 장면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단은 성공〓LG애드측은 스니커즈 광고에 대해 대성공이라고 자평한다. 광고가 런칭된 지 불과 한달도 안되는 시점에서 전화 조사를 벌인 결과 주 타깃으로 설정했던 남자 고등학생, 대학생의 광고 선호도가 70%를 훨씬 넘었다는 것. 광고 주목도와 회상도도 탁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고 멘트처럼 가게에서 스니커즈를 골라잡고 “너 쵸코바로 한번 맞아볼래”라고 장난을 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하지만 이같은 논란과 화제가 매출 증대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