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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콘서트]한동일, 웅대한 '건반의 마술' 다시 한번

입력 | 2000-03-08 19:14:00


“한국 청년 한동일이 레벤트리트 콩쿠르 피아노부문에서 우승했다.”

65년, 신문사의 텔렉스가 쏟아낸 한 장의 소식이 이 땅을 들끓게 했다. 전후의 피폐에서 간신히 일어서고는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는 약자의 콤플렉스를 버리지 못하고 있을 무렵, 미국에서 날아온 이 낭보는 건국 이래 최초의 문화적 사건이었다.

‘한국인 국제콩쿠르 우승 제 1호’의 주인공 한동일이 콘서트를 갖는다. 94년 첼리스트 레슬리 파나스와 듀오 콘서트를 가진 뒤 6년만에 처음이다. 15일 7시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동일은 54년 배재중 1학년때 도미, 줄리어드 음대에서 수학하고 마이클 메모리얼 어워드, 레벤트리트 콩쿠르 등을 잇따라 제패했다. 런던 필,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등 세계 유수의 관현악단과 협연했으며 현재 보스턴 음대 교수 겸 울산대 석좌교수로 재직중.

그가 첫 발을 딛은 국제콩쿠르 우승은 뒤이어 67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레벤트리트 콩쿠르 공동우승, 72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칼 플레쉬 콩쿠르 2위, 74년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위 등으로 이어지며 오늘날 한국 음악계의 국제적 위상을 다지는 시발점이 됐다.

올해 우리나이로 예순이 된 한동일은 이번 콘서트에서 슈베르트 소나타 A장조 D959, 베르크 소나타1번, 베토벤 소나타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함머클라비어’는 특히 ‘망치 달린 클라비어(피아노)’라는 제목처럼 육중하고 힘있는 타건을 필요로 하는 작품. 그가 어떤 솜씨를 보여줄까. 98년 기자가 관람한 그의 KBS교향악단 협연무대를 회상해보면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했던 당시 연주에서 그는 힘있는 터치와 웅대한 스케일의 설계로 시종 객석을 압도해 나갔다. 1만∼5만원. 02-516-1660(한국아카디아)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