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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장, 21억원대 고객채권 빼내 주식투자

입력 | 2000-03-08 19:14:00


시중은행 지점장이 고객이 대출받으면서 담보로 맡겨놓은 21억원 상당의 채권을 몰래 빼낸 뒤 이를 다른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빌린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3억원을 날렸다.

서울지검 특수3부(김우경·金佑卿 부장검사)는 8일 은행간부 ‘모럴해저드’의 전형적 사례로 조흥은행 중부기업금융센터 지점장 원광희(45·元光熙)씨에 대해 횡령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원씨는 지난해 10월 S기업이 대출을 받아가면서 담보로 맡긴 국채 140장(9억5000여만원 상당)을 보관하고 있다가 1월 8일 은행 지점 금고에서 이 국채를 꺼내 S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5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원씨는 또 1월 28일 S기업이 담보로 맡긴 공채 124장(12억2000여만원 상당)을 빼낸 뒤 이를 이용해 대출을 받으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원씨는 개인대출 한도 초과로 추가대출이 어렵게 되자 이 공채 124장을 다시 은행 금고에 갖다 놓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원씨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5억원으로 주식투자와 선물거래를 하다가 두 달 만에 3억원을 손해봤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원씨는 D대 법대를 졸업한 뒤 조흥은행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83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투자에 실패해 지난해 말까지 3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자 다시 주식 투자자금을 마련키 위해 범행을 했다”고 말했다.

원씨는 대출받은 5억원으로 1월 초 한통프리텔 등 지난해 말까지 주가가 크게 오른 코스닥 주식과 거래소 주식 20여 종목에 투자하고 일부는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다고 검찰은 전했다.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