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이 정기주총을 앞두고 각종 공시를 쏟아내고 있다. 이 중 ‘회계처리기준 변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회계처리기준 변경은 주로 건물 구축물 건물부속설비 등 고정자산의 감가상각 방법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고정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고 닳아 쓸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줄어드는 만큼을 매년 비용으로 처리, 나중에 교체할 자금으로 활용하자는 게 감가상각.
감가상각 방법은 통상 정액법과 정률법으로 나뉜다. 정액법은 매년 일정액을 떼어내는 반면, 정률법을 사용하면 감가상각비는 초기에 많고 이후부터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내구연한(내용연수)이 4년인 어떤 기계를 100억원에 샀다고 하자. 정액법으로는 4년동안 매년 25억원씩을 감가상각 충당금으로 뗀다. 정액법은 계산이 간편하지만 고정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고정자산의 남아있는 가치에 매년 일정한 감가상각률을 곱하는 정률법을 쓰면 첫 해에 53억원, 2기에 25억원, 3기에 12억원 등으로 감가상각비가 해마다 크게 줄어든다.
감가상각의 큰 틀은 세법과 기업회계기준에 정해져 있지만 어떤 방법을 택할 지에 대해 각 기업이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
기업들은 정률법을 정액법으로, 또는 정액법을 정률법으로 바꿈으로써 순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설비투자가 많은 제조업체들은 감가상각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계산방법에 따라 적자가 흑자로 바뀔 수도 있다.
최근 나오는 공시를 보면 주가관리 차원에서 정률법을 정액법으로 바꿔 순이익을 늘리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계처리기준 변경으로 감가상각비를 줄이는 것은 기업이 지금 져야 할 부담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더구나 부실기업이 ‘장부조작’으로 흑자를 낸 것처럼 눈가림하는 것은 반드시 가려내야 할 대목.(도움말〓하나경제연구소 장세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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