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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에어로빅 열성주부 박혜경씨

입력 | 2000-03-08 19:14:00


남편들은 부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

낮에는 현모양처로서 가정을 잘 꾸리기를 바라고 밤에는 요부처럼 요염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직장에서 일 좀 한다고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남편들.

이런 남편 밑에서 속만 끙끙 앓으며 힘든 가사 노동에 시달리다 보면 골병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전업주부들도 가만있지 않는다. 틈틈이 체력을 다지며 활기찬 생활을 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

서울 중구 만리동에 사는 전업주부 박혜경씨(32)는 1년 전만 해도 몸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과체중에 운동부족인데다 가사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밤이 되면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 등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남편은 무던한 남자. 퇴근한 남편을 닦달해 무릎 등을 주물러 달라고 해야 겨우 몸이 풀려 잠을 청하곤 했다.

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에게 어느날 이웃 아줌마가 구청에서 운영하는 에어로빅 강좌에 한번 가보자고 권유를 했다.

처음에는 “지금 몸이 아파 죽겠는데 무슨 운동이냐”며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공짜’라는 말에 솔깃해 에어로빅 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1년만에 ‘철녀(鐵女)’는 아니더라도 아주 건강하고 활기찬 미시족으로 변모했다.

단 한 개도 못했던 윗몸일으키기를 요즘에는 20개 이상 거뜬하게 할 수 있고 몸무게도 49㎏으로 줄였으며 뼈마디가 쑤시던 ‘가사노동병’도 거짓말처럼 완쾌됐다.

“에어로빅이 이처럼 좋은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체력을 되찾고 나니 모든 일에 신바람이 납니다.”

박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낮 12시부터 한시간씩 만리동 옛 양정고 자리에 있는 손기정 체육공원 안 중구청 에어로빅센터에서 음악에 맞춰 활기차게 뛰고 달리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1남1녀를 둔 박씨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이웃에게 에어로빅을 권유해 지금은 우리반에만 30여명이 에어로빅으로 건강과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가 속한 서울 중구청 에어로빅팀은 지난해 10월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시장기 구청대항에어로빅경연대회에 출전해 단체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구청 최강팀.

“에어로빅을 하면서 하루하루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는 박씨는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74년 국내 첫 도입… 남자에게 더 좋아▼

에어로빅(aerobic)은 ‘산소의’ ‘산소에 의한’이라는 뜻. 에어로빅 운동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신체로 하여금 일정한 시간 동안에 많은 산소를 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에어로빅 운동은 미국의 K H 쿠퍼의 의학적인 임상실험의 자료를 기반으로 1968년에 본격적으로 실시되었으며 72년 미국의 J 소렌슨에 의하여 본격적인 안무가 시작됐다.

국내에는 74년 2월 YMCA 초청으로 쿠퍼가 내한해 에어로빅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도입됐다. 에어로빅 운동은 심장 혈관계에 내구력을 주고 근육에 힘과 신축성을 갖게 함으로써 신체조직의 전반적인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시켜 항상 힘찬 정력과 여유 있는 에너지를 몸에 지니고 활동할 수 있게 한다.

에어로빅 운동은 보통 준비운동 5분, 에어로빅 댄스 15∼30분, 정리운동 5분으로 구성된다.

서울 중구청 에어로빅센터에서 강사로 활동중인 박정연씨는 “에어로빅은 여자들이 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남자들에게 더 좋다”며 “시간이 날 때 부부가 함께 에어로빅을 하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