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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총통선거]51년만의 정권교체 여부 관심집중

입력 | 2000-03-09 19:47:00


3월18일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다.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12년 통치가 마감하게 되는데다 1949년 대만에 국민당 정권이 들어선 뒤 51년 만에 최초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섯명의 후보 중 ‘빅3’는 거의 같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치열한 선두다툼〓케이블TV인 TVBS가 7일 발표한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후보가 26%로 선두. 이어 1%의 차를 두고 집권 국민당의 롄잔(連戰)후보와 무소속 쑹추위(宋楚瑜)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만 선거법은 투표일 열흘 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마지막 공개여론조사.

이번 조사 결과 세 후보의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에 있어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날 다른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선두가 뒤바뀌기도 해 세 후보 중 누가 당선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23%에 이르는 부동표의 향방이 결정적인 변수다.

나머지 두 후보인 신당의 리아오(李敖·65)와 무소속인 쉬신량(許信良·58)의 지지도는 각각 1%대여서 관심권 밖이다.

▽주요 쟁점〓1996년 총통을 직접 선거방식으로 처음 선출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관계가 단연 가장 큰 쟁점이다. 지난해 7월 리총통이 이른바 ‘양국론’으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이후 대 중국관계는 대만 내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세 후보의 중국관계에 대한 기본 자세는 같다. 즉 대만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세 후보 중 당선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천후보. 중국은 대만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한편 천후보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연일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만 유권자를 압박하고 있다.

천후보도 최근 중국의 위협이 감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과격 독립론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안정 희구세력의 표를 모으려는 것이다.부정부패 척결도 쟁점이 되고 있다. 집권당 후보인 롄잔이 국민당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유권자들은 반세기 이상 집권해 온 ‘만년 여당’의 부정부패에 염증을 내고 있다. 쑹과 천은 모두 국민당에게 ‘쓴맛’을 보여주기 위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무력시위 가능성〓중국은 96년 총통선거 직전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훈련을 벌였다. 당시 독립을 주장했던 리총통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조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리총통이 54%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는 데 도와주는 역효과만 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무력 사용 위협은 계속하되 실제 무력 시위는 벌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올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지 않고 중국의 ‘뜻’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무력 사용 위협을 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선거 개요〓이번 선거에 투표권을 가진 20세 이상 유권자는 약 1500만명. 해외에 거주하는 대만인도 투표권이 있으나 반드시 대만 내에서 투표해야 한다.투표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투표소는 전국 1만3457개. 최종 결과는 당일 밤 10시경이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96년 사상 첫 총통 직선 때의 투표율은 76%였다.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 참여율이 당시 못지않게 높을 것으로 보인다.취임식은 5월 20일. 총통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