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푸조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대부’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는 마피아 이야기다. 한 가난한 시실리 이민자가 조직의 보스가 되고, 그의 아들이 조직을 물려받아 이끄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범죄 조직을 영구히 유지코자 애쓰는 3편에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한 활극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는 ‘가족’이라는 말 때문이다. 이 단어야말로 세 편 모두를 흐트러짐 없이 단단하게 만들고 멋을 느끼게까지 한다.
‘대부 3’에는 주인공 알 파치노가 추기경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마피아 조직의 사업을 합법화하기 위해 카톨릭 교회와 손을 잡으려는 의도에서다. 당뇨병 환자로 인슐린을 투여하고 있는 주인공은 그 장면에서 혈당이 크게 떨어지는 저혈당 증세를 보이면서 서둘러 단 것을 찾는다. 주인공의 출신 배경과 관련해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당뇨병이 왜 생기는가에 대한 가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임신부의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면 태아도 영양 불량 상태가 돼 한창 성장하고 있는 췌장에 손상을 받는다는 것. 이 때문에 출생 후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저항성 증후군’이 잘 생기고 당뇨병 발생도 높은 것으로 최근 보고되고 있다.
대부 알 파치노의 당뇨병은 엄마 배 안에 있을 때 어렵고 가난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가족이 가난하면 뱃속의 아기도 배불리 먹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아기가 자라 훗날 경제적으로 유복해져 풍부한 영양을 섭취한다 해도 태아 때의 영양 불량이 당뇨병이라는 영원한 자국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신이나 출산 전에는 심한 다이어트를 절대 삼가라고 젊은 여성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전재석(서울 을지병원 당뇨센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