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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마라톤] 백혈병이긴 어린이들 '1m1원 報恩의 릴레이'

입력 | 2000-03-09 19:47:00


“이젠 울지 않을 거예요. 우리를 도와준 분들에게 나 보란 듯이 앞만 보고 달릴 거예요.”

바람은 차고 몸은 무겁지만 한발짝 한발짝 뛰어가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기만 하다. 한강 둔치에서 마스크를 한 채 부모와 함께 달리는 아이들. 500m도 채 못가 헉헉대지만 자신들에게 새 생명을 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주저앉지 않고 발걸음을 다시 뗀다.

50명의 백혈병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1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에서 ‘보은의 이어달리기’를 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백혈병 어린이 부모연대’의 김훈총무는 “어린이들이 백혈병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동아마라톤에서 1㎞씩 이어달리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백혈병에서 회복됐거나 치료중인 어린이와 부모 등 200여명이 이번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뛰고 싶다고 신청을 해왔지만 몸 상태가 좋은 50명의 어린이만 선정했다”며 “이번 이어달리기는 이 어린이들이 사회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나기 위해 내딛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7년 투병 끝에 백혈병을 이긴 동두천초등학교 5학년 김예찬군(11). “오랜 약물치료로 위가 약해진 것을 빼고는 거의 나아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고 있다”는 김군은 “이번 달리기를 통해 아직도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친구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 넣어 주겠다”고 말했다. 93년 백혈병 판정을 받은 김군은 이후 두차례 병이 재발했지만 이름없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7년 만에 다시 일어섰다.

소아 백혈병은 5년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데다 최소 30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치료비가 들어 어지간해서는 수술할 엄두를 못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해마다 많은 어린이들이 난치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 생명을 찾고 있다.

바로 동아마라톤과 함께하는 ‘1미터1원’도 사랑의 실천운동으로 이들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찾도록 해주고 있는 것.

김총무는 “여태까지 우리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도 일어설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