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의 아이들은 조금만 조용하다 싶으면 무엇인가 일을 저지르고 있기 십상이다.
자기가 먹던 컵의 물을 식탁 위에 쏟아붓고 손가락으로 그림그리기, 엄마의 립스틱을 꺼내 화장대 거울을 도화지 삼아 ‘작품’ 남기기….
그러나 이런 개구쟁이짓이 최초의 자연스런 미술활동은 아닐까.
무조건 “하지 말아라”고 짜증내기 보다는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색과 사물의 모양, 입체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은 아닐까. 부모들의 이런 질문을 구체화해줄만한 두 종의 미술교육책이 출간됐다.
‘손도장으로 그리는 세상’은 아이들의 다섯손가락과 인주 대신 쓰는 스탬프, 종이, 펜만으로 다양한 사물을 표현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에드 앰벌리는 어린이책 부문의 중요저작상인 칼데콧상 수상자.
이 책은 엠벌리가 1970년대부터 발간해 미국에서 30년간 교재로 채택돼온 미술책 시리즈의 한 권이다.
엠벌리가 제시하는 대로 스탬프 잉크를 손가락에 묻혀 찍은 뒤 펜으로 점과 선을 더해 새, 물고기, 토끼, 개구리등을 그리는 놀이를 하다보면 아이들은 책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그림으로까지 창의력을 확대해 나간다.
손도장그림을 함께 그리며 “너의 지문은 지구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아이들의 자아 정체감 확립에 도움이 될만하다.
국내 아동미술교육 연구자 이인실씨가 지은 ‘0세에서 3세를 위한 조형활동’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춰 월령별로 적절한 조형활동을 실연사진과 함께 소개한 것이 특징.
‘손도장…’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갖고 놀기 좋아하는 빈 요구르트병, 국수, 식빵, 쌀티밥, 삶은 달걀껍질, 신문지같은 일상의 사물이 조형활동의 재료로 제시된다.
일례로 8∼12개월 아이들에게 적절한 활동으로 제시되는 ‘식빵 뜯어 형태만들기’는 식빵의 껍질면에 눈과 입이 있는 자리를 뜯어내 가면처럼 쓰고 놀게도 하고 빵을 뜯어서 뭉쳐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게 하라고 조언한다.
‘손도장으로 그리는 세상’은 42쪽, 8000원.
‘0세에서 3세를 위한 조형활동’은 213쪽, 1만2000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