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리석은 사람이 길을 가다가 커다란 鐘(종)을 줍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그 종을 몰래 등에 지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별의 별 방법을 다 궁리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하는 수 없이 종을 깨뜨려 조각내어 가져가기로 하고 커다란 나무 토막을 가져와 힘껏 종을 내리쳤다.
‘쿵!’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 소리를 듣고 달려와 종을 놓고 다툴 것만 같았다. 당황한 나머지 그는 얼른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呂氏春秋(여씨춘추)에 나오는 寓話(우화) 한 토막이다.
후세에 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나온 중국 속담이 掩耳盜鈴이다. ‘귀를 가리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이다. 제 귀가 들리지 않으면 남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무지한 생각에서다. 양 국민간의 생각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비슷한 속담이 우리에게도 있다. ‘눈가리고 아웅’이다. 뻔한 사실을 가지고 또 얕은 수를 써서 남을 속이려 들 때 하는 말이다. 여러 모로 어둡고 순진했던 옛날 사람들에게나 통할 수 있었던 말이다. 지금같은 大明天地(대명천지)에는 어림도 없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빚어지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한심하다. 국민의 수준을 잘못 파악한 것인지, 표만 의식한 의도적 행동인지 쉬이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게 있다. 그들은 지금 掩眼盜權(엄안도권·눈가리고 국민의 주권을 빼앗으려 함)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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