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일본은 꽃무늬 옷으로 활짝 필 모양이다. 70년대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꽃무늬도 70년대풍의 잔잔하고 귀여운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옛날 어머니들이 입었던 포플린 블라우스의 은은하고 얌전한 꽃무늬를 연상시킨다.
이런 꽃무늬 옷들은 희미하고 개성이 없어보이기 쉬운데 오렌지나 진보라 등 액센트가 되는 빛깔의 니트 조끼 등을 받쳐 입음으로써 꽃무늬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꽃무늬 옷들은 귀여움이 지나쳐 세련되지 못한 차림새가 되기 일쑤다. 이런 점도 자연스럽게 보완하고 있다. 프릴이 달린 깜찍한 꽃무늬 스커트에, 샤프한 분위기의 일자형 면 재킷을 조화시켜 달콤함을 눌러 준다. 여기에 섹시한 무늬 스타킹과 여성스러운 구두로 멋스럽게 연결지어 주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겐조를 비롯하여 일본인들은 본래 꽃무늬를 아주 좋아한다. 그들의 전통 옷인 기모노 무늬에서 시작하여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문장이나 민예품에 이르기까지 꽃무늬가 끼지 않은 곳이 없다.
매화 벚꽃 등꽃 국화 동백 접시꽃 등 갖가지 꽃들을 전면에 듬뿍 그려넣은 성장용의 기모노는 그 화려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싸리꽃 등 자잘한 꽃잎들을 뿌려놓아 마치 꽃밭을 연상시키는 방문복의 기모노는 화사하고 여성적이다.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잘 사용되는 사각형이나 육각형의 틀 속에 새긴 꽃무늬는 현대적인 감각을 풍긴다.
따분하게 보이기 쉬운 꽃무늬 의상을 일본여성들이 세련되게 입어내고 있는 것은 오랜 꽃무늬 역사 덕인 모양이다.
김유리 (패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