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주의 거품은 가라. 마라톤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벤처정신이다.’
‘건강한’ 벤처기업육성을 다짐하는 벤처인들이 새 천년 서울 도심을 힘차게 달린다.
12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출발하는 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1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서울 벤처밸리 등에서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던 벤처인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것.
통합 메시징시스템(UMS)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테라(terra.co.kr) 박상훈사장(48)은 13일 “앞으로는 ‘건강한 벤처’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이런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이번 동아마라톤에 임직원 10여명과 함께 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UMS는 인터넷 전화 팩스 등을 호환 연결하는 통신서비스. 이번 동아마라톤 참가는 20일경 시작하는 UMS 시범서비스를 앞두고 결의를 다지자는 취지다. 그러나 박사장은 그 무엇보다 ‘벤처 1세대’로서 겪었던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83년 ‘컴퓨터월드’로 창업했던 박사장은 외국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환율이 치솟는 바람에 화의 신청까지 가는 ‘추락’을 맛봤다.
그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난해 화의 신청한 코스닥 등록 업체중 가장 먼저 채무를 변제하고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체 기술력과 맨파워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박사장은 이번 마라톤 완주를 통해 ‘다시 한번 기본을 더 다지자’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계획이다. 현재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국내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은 3%선. 그는 어떤 기교도 거품도 통하지 않는 마라톤을 통해 초심을 되찾고 ‘국경없는 무한 경쟁’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역시 직원들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하이테크산업 전문 홍보대행사 ㈜인컴기획(incomm.co.kr) 손용석사장(43)은 “마라톤은 한편의 인생 드라마로 진한 인간애가 녹아 있다”고 예찬론을 편다.
손사장은 평소 ‘인간미가 흐르는 디지털 세상’을 모토로 직원에 대한 남다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경영자.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매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던 회사 수익금의 10%를 기금으로 조성, 체계적인 사회 환원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사내에서도 호응이 커 직원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동료들에게 1km에 1000원씩 후원금을 내 기금에 보태기로 했다. 제휴회사인 미국 홍보대행업체 ‘브로더’의 존 브로더회장도 최근 한국생산성본부 초청 강연회 수입금 100만원 전액을 기금에 쾌척했다.
유니텔 주식회사(unite.co.kr)도 이번 대회에 40명이 참가한다. 주정한 온라인 홍보과장(39)은 “벤처업계에 거품이 많지만 인터넷 드라이브는 시대의 조류”라며 “국내 벤처업체들은 앞으로 걸어갈 길고 긴 여정에 앞서 마라톤 출발 선상에 선 심정으로 스스로를 추슬러 볼 때”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포털업체인 ㈜디지털닷컴(a-digital.com) 신성은대표이사(34)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끝까지 완주해내고 만다는 마라톤정신은 벤처정신과 일맥상통한다”며 이번 대회 참가 의미를 부여했다. 24일 ‘KBS로그인 인터넷 방송프로그램’ 오픈을 앞두고 희망에 부풀어 있는 그는 “지난해 5월 창업한 새내기 벤처지만 최후의 영광은 정석에 따라 끝까지 완주해내는 자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