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자 열풍’ 전에도 경찰은 불법 퇴폐업소의 근절에 신경썼다. KBS1의 장수 다큐멘터리 ‘현장르포 제3지대’(금 밤11·45)에서는 17일 ‘김강자 열풍’이 불기 전인 지난해 7월 창설된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인 ‘허리케인’과 ‘테제베’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24∼32세의 젊은 무술 유단자 각 100여명으로 구성된 이들 별동대의 특이 사항은 일선 파출소나 경찰서 근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 이는 경찰과 불법 퇴폐업소와의 유착 여부를 경찰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착잡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름처럼 ‘철저하고 빠르게’ 퇴폐업소를 단속해야 하는 이들이지만 제작진과 동행한 업소 단속 과정에서는 ‘현실의 벽’이 높았다. 최근 서울 미아리 청량리 등의 사창가가 ‘철퇴’를 맞은 이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퇴폐 이발소. 건물 밖에는 호객꾼인 일명 ‘삐끼’가 진을 치고 있고, 입구에는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돼 불시 단속 여부를 ‘감시’한다. 건물 입구에는 ‘특수 스위치’를 누르면 벽이 열리고, 또 세탁실 밑 버튼을 누르면 새로운 밀실이 열리는 요지경 같은 이발소.
하지만 젊은 단속반원들은 그저 밀어붙이기 식의 단속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 중 하나는 그동안 쌓여왔던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의 전쟁. 업주들에게 호통치기보다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법조항을 설명하며 “왜 단속을 당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알려준 후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한다.
이들 앞에 놓인 또다른 장벽은 경찰 내부의 따가운 시선이다. 일선 경찰을 믿지 못해 만들어졌기에 이들은 일선 경찰서에 불법업소 업주의 신병을 인계하고 압수한 내용들을 조서로 꾸며 넘기는 과정에서 선배 경찰들의 협조를 제대로 받을 길이 없다. 기획자인 KBS 김용두PD는 “외인부대처럼 전투수행을 목적으로 창설된 팀이라기보다는 경찰 고유의 업무를 다루는 또다른 경찰이기 때문에 기존 조직에서는 ‘옥상옥’이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이와 함께 80만원의 월급으로 하숙집을 따로 얻지 못하고 특수기동대 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한 지방출신 대원의 이야기를 통해 ‘허리케인’ ‘테제베’ 팀의 일상 생활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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